키트루다 우위 이중항체 VEGFxPD-1…병용 대비 앞선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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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서밋, 주가 90% 급등세계 1위 의약품 MSD 키트루다(성분명 펨롤리주맙)를 뛰어넘는 신약 후보물질이 등장했다. 미국 서밋테라퓨틱스의 이중항체 이보네스시맙이다. 이보시네맙은 VEGF와 PD-1을 동시에 타깃하는 이중항체이다. VEGF와 PD-1의 병용요법에서 확인할 수 없던 우월한 효능이 이중항체에서 나타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키트루다보다 50% 이점 증명
이보네스시맙 독특한 결합력
선택성과 인게이저 역할 추정
서밋 이중항체 신약, 독주하는 키트루다 대항마 되나
23일 나스닥 시장에 따르면 지난 20일 미국 서밋테라퓨틱스 주가는 23.3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6일 12.27달러 대비 90% 폭등한 수치이다. 서밋의 주가가 연일 강세를 보인 배경은 세계폐암학회(WCLC)와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한 임상 결과다. 올해 WCLC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현지 시각)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됐다. WCLC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신약 후보물질은 서밋의 이보네스시맙이었다. 이보네스시맙의 원개발사는 중국 아케소바이오파마(아케소)이다. 서밋은 아케소로부터 이보네스시맙의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이보네스시맙은 PD-1과 VEGF을 타깃하는 이중항체이다. 서밋이 공개한 임상 3상은 중국에서 PD-L1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400명에 대한 1차 치료제로서 이보네스시맙과 키트루다의 유효성을 비교한 결과이다. 이 임상 결과 발표 당일 서밋의 주가는 60% 치솟았다.
1차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는 이보네스시맙이 11.14개월, 키트루다가 5.92개월을 기록했다. 이보네스시맙이 키트루다보다 질병의 진행과 사망 위험을 50% 감소시켰다. 부작용에서도 두 약물은 큰 차이가 없었다. 2차지표인 객관적 반응률(ORR)과 질병 조절률(DCR) 역시 이보네스시맙이 키트루다를 앞섰다. ORR은 이보네스시맙 50.0%, 펨브롤리주맙이 38.5%이다. DCR은 이보네스시맙 89.9%, 펨브롤리주맙이 70.5%이다. 전체생존율(OS) 데이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지난 13~17일(현지시간) 열린 ESMO에서 서밋은 이보네스시맙이 대장암, 삼중음성 유방암, 두경부 편평세포암에 대한 소규모 임상에서도 뛰어난 항종양 활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모두 키트루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된 적응증이다.
병용요법에서는 화학요법까지 해야만 효과
PD-1 타깃의 키트루다가 등장한 이후 글로벌에서는 키트루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병용요법을 찾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MSD의 내부 실험에서 PD-1과 VEGF의 조합이 최적의 조합 중 하나로 꼽혔다. PD-1과 VEGF를 동시에 억제하는 조합은 상보 보완적인 기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PD-1은 T세포 표면에 있다. PD-1은 리간드 PD-L1 또는 PD-L2에 결합될 때 면역 반응을 하향 조절해 자가면역을 예방한다. 하지만 종양 침윤 T세포에서 PD-1 발현은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하게 한다. 항체로 PD-1을 차단하면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는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VEGF는 정상 혈관 생성 및 유지, 상처 치유, 혈압 조절, 신장 기능, 뼈 형성 등 다양한 정상 생리 활동에 작용한다. 다만 VEGF는 암세포에서 혈관 신생의 주요 인자이다. 비정상적인 혈관을 빠르게 만들어 암세포의 영양소와 산소 공급을 보장해 종양 성장을 촉진한다. VEGF 억제는 종양의 산소와 영양소를 차단해 굶기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PD-1과 VEGF의 병용요법 시도는 높은 부작용이 항상 걸림돌로 작용했다. VEGF가 다양한 암세포에 과발현되지만, 다양한 정상세포에도 많이 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혈암, 단백뇨, 설사, 폐렴, 신장의 염증 등 VEGF와 관련된 강한 독성이 문제가 됐다. 강한 독성은 이미 신체 기능이 저하된 암환자에게서 약의 효능을 보이는 데 제한이 있다. 현재 이번 이보네스시맙의 임상 3상 데이터와 같은 적응증인 비소세포폐암으로 FDA의 승인을 받은 병용요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PD-L1 타깃의 티쎈트릭+VEGF 타깃의 아바스틴+화학요법으로 1차치료제 승인을 받았다. 다만 화학요법까지 병용해야만 하며, 적응증은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한정이다.
이중항체에서 화학요법 없이도 효능, 왜?
이보네스시맙이 발표한 높은 효능과 낮은 부작용 임상 결과는 병용요법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서밋과 아케소 측은 이보네스시맙이 병용요법대비 우월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따라서 업계에서는 추정만 할 뿐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선택성, 인게이저, 에피토프가 이중항체의 시너지에 주요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아직 병용보다 이중항체에서 왜 효능이 더 좋은지 실험으로 증명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다만 앞으로 병용에서 실패한 것들이 이중항체로 만들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들이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용으로 항체치료제가 따로따로 투약했을 때는 따로따로 타깃을 잡으러 다니지만 이중항체는 따로도 잡고 한꺼번에 잡는다”며 “이중항체가 타깃에 대한 선택성뿐만 아니라 시너지 효과가 나온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게이저(engager)는 암 치료에서 면역세포를 암세포와 가까이 접근시켜 종양에 대한 면역 반응을 유발하도록 설계한 이중항체이다. 이보네스시맙이 의도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인게이저 시너지가 나왔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항체치료제 개발사 대표는 “이보네스시맙은 VEGF가 암세포를 잡고 PD-1으로 T세포를 잡아서 인게이저로 작동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PD-1이 발현된 T세포를 VEGF가 발현된 암세포에 잡아와 암세포를 죽이게 만드는 방식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경식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이보네스시맙의 독특한 에피토프(항원결정기)의 설계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했다. 하 대표는 “단일항체도 어떤 건 효능이 나오고 어떤 건 안 나오기도 한다”며 “각각의 항체가 타깃팅하는 항원에 대한 에피토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보네스시맙에서 효능이 나왔기 때문에 모든 PD-1+VEGF가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확대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밋에 따르면 이보네스시맙은 독특한 결합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보네스시맙의 VEGF에 대한 결합 친화도는 4배 이상 증가, PD-1에 대한 결합 친화도는 18배 이상 증가한다. 이보네스시맙 이외에 PD-1+VEGF 이중항체 신약 후보물질들은 구체적인 결합 친화도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4년 9월 23일 09시30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