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헤즈볼라 "새로운 국면"…가자전쟁 이후 전면전 초읽기

사진=AFP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교전이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로 격화하며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스라엘이 접경지 공격을 멈추라며 헤즈볼라를 군사적으로 압박했으나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본토 깊이 로켓을 발사하고, 양측 고위 지도자도 강경한 대응을 공언하면서다.

AP, CNN, 로이터 등 외신을 종합하면 헤즈볼라는 22일(현지시간) 오전 이스라엘 북부 도시 하이파 인근 지역에 100발 이상의 로켓을 발사했다. 이곳은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접한 국경에서 남쪽으로 약 40㎞가량 떨어진 지역이다. CNN은 가자지구 전쟁 및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이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본토 가장 깊은 곳까지 타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날 이스라엘군은 "21일 밤과 22일 아침 약 150발의 로켓과 순항 미사일, 드론이 날아왔고 주로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구조 당국은 건물이 파손되고 차량에 불이 붙었으며 76세 남성을 비롯해 로켓 파편에 다친 4명을 치료했다고 전했다. 또 레바논과 이라크에서 발사된 대부분의 로켓을 요격했고 헤즈볼라의 보복에 대비해 북부 지역의 모든 학교를 폐쇄하고 모임을 제한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강도 높은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며칠간) 헤즈볼라가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연쇄 타격을 가했다"며 "우리는 북부 주민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 방위군(IDF) 참모총장은 "우리는 다음 단계를 위해 충분히 준비됐다"며 추후 며칠 안에 또 다른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암시했다.

헤즈볼라의 이번 공격은 지난 17~18일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워키토키) 폭발 사건, 지난 20일 헤즈볼라 지도자에 대한 표적 공습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헤즈볼라 2인자 셰이크 나임 카셈은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특수작전부대 사령관 이브라힘 아킬의 장례식에서 "새로운 국면, 즉 심판의 전면적 전투 단계에 들어섰다"며 "모든 군사적 가능성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양측간 충돌은 최근 크게 격화했다. 헤즈볼라는 작년 10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이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지하며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대를 공격해왔다. 이후 양측은 레바논 남부 인근에서 국지전을 벌였으나, 삐삐 폭발 사건 이후 갈등은 사실상 전면전 수순을 밟고 있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는 이를 이스라엘의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보복을 공언했다. 삐삐 폭발 사건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최소 16명의 헤즈볼라 대원이 사망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민간인을 포함한 사망자를 45명으로 집계했다.

양측은 전날도 로켓과 미사일을 주고받으며 격렬한 교전을 이어왔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대를 포함한 약 290개 표적과 기타 군사 인프라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도 미사일 수십발을 이스라엘 북부에 있는 라맛 다비드 공군기지에 발사했다.

국제사회는 레바논이 '또 다른 가자지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중동 내 반이스라엘 세력인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란까지 개입하면 중동전쟁으로 확대할 수도 있어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양측 모두 수용할 입장에 있어야 하지만, 어느 쪽도 휴전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유엔의 레바논 담당 특별조정관인 지니 헤니스 플라샤르트는 엑스(옛 트위터)에 "중동이 재앙 직전에 몰린 상황에서 양측을 더 안전하게 할 군사적 해법은 아예 없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