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소현·박현경 키운 퀸메이커…"옛날엔 삼류 골퍼였죠"

'우승 제조기' 이시우 빅피쉬골프아카데미 원장

프로시절 2부 전전
軍 전역 후 지도자 길로 입문
올 시즌 제자들 우승만 13번

첫 프로 제자 고진영
최고 골프 교습가로 유명세
상금 1위 김민규와도 호흡

우승 이끈 비결 '소통'
선수마다 맞춤형 지도 중요
이번주 리디아 고 캐디 맡기로
< 제자들 ‘사인 모자’ 앞에서 > 이시우 빅피쉬골프아카데미 원장이 23일 경기 용인시 수원CC 골프연습장에서 지도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이솔 기자
23일 경기 용인시 수원CC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이시우(43) 빅피쉬골프아카데미 원장의 휴대폰은 쉴 틈 없이 울려 댔다. 몇 시간 전 해외파 제자 리디아 고(27·뉴질랜드)가 미국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세 번째 우승 소식을 전해 온 뒤부터다. 쏟아지는 축하 메시지로 하루를 보낸 이 원장은 “올해 유독 제자들이 우승 소식을 많이 전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했다.

이 원장은 올해 가장 핫한 골프 교습가로 불린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나란히 3승을 기록하며 다승왕 경쟁을 벌이는 박현경(24)과 배소현(31)을 비롯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시즌 2승과 함께 상금랭킹 1위를 달리는 김민규(23) 등이 이 원장의 지도를 받는 제자들이다. 리디아 고의 2024 파리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을 포함해 올해 제자들이 합작한 우승만 13승이다.

제자들이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낸 덕에 이 원장도 덩달아 바빠졌다. 오는 26일부터 나흘간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 열리는 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선 리디아 고의 캐디백을 메기로 했다.

그는 “해외 투어에 참가하는 고진영과 리디아 고는 상대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며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서는 리디아 고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캐디백을 들기로 했다”고 했다.

삼류 선수에서 최고 교습가로

‘우승 제조기’ ‘국내 최고 교습가’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 원장은 정작 선수 시절 땐 우승 한 번 못 해본 ‘삼류’였다고 했다. 그는 2001년 KPGA 투어프로에 입회했지만 대부분 시간을 2부에서 보냈다.

이 원장은 “2009년까지 선수 생활을 했는데 시합을 뛰었다고 이야기하는 게 민망할 정도”라며 “매 시즌 시드권 확보를 걱정해야 하는 삼류 선수였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골프 인생 전환점을 맞은 것은 2007년이었다. 군 전역 후 시드전을 통과하지 못한 그는 변화의 필요성을 느껴 호주 유학길에 올랐고, 티칭 코스를 이수한 뒤 레슨의 길로 들어섰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2009년부터 2년간 집 근처 지하 실내 연습장에서 아마추어 레슨을 하며 기틀을 닦았다. 이후 케이블 골프 채널 레슨 프로그램에 참여해 레슨 프로로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2017년 고진영과의 만남은 운명이었다. 이 원장은 “2017년 여름에 고진영 프로가 전화로 레슨을 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스윙 교정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고 저도 조금만 가다듬으면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첫 투어 선수 제자인 고진영은 레슨 후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고 그해 국내에서 열린 LPGA투어 대회까지 제패해 이 원장의 주가는 더욱 치솟았다.

소통·맞춤형 지도의 힘

최근 8년간 제자들의 우승 횟수는 총 58회. 이 원장이 ‘우승 제조기’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그와 제자들은 하나같이 소통이라고 답했다.

정확히 말해 잘된 부분과 잘못된 부분을 놓고 이야기를 나눈 뒤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잡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이 원장은 “신체 조건과 스윙 리듬, 습관 등이 선수마다 달라 맞춤형 지도가 중요하다”며 “선수들과 최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 뒤 원하는 스윙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말부터 이 원장과 호흡을 맞춘 리디아 고도 소통을 통한 맞춤형 지도를 받고 부활할 수 있었다. 이 원장은 “리디아 고는 작년까지 다운스윙 때 손목 각을 유지하는 레깅이 과도했다”며 “간결한 스윙의 필요성을 논의했고 중심축 고정과 페이드 구질 다듬기 등을 집중적으로 훈련한 효과가 올림픽 금메달과 최근 우승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용인=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