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준 김치 아껴 먹어야겠어요"…마트 갔다가 '기겁'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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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서 배추 2만원"“엄마가 담가 보내주신 김장 김치 아껴먹고 있어요. 배춧값이 너무 비싸 당분간 김치 담그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요.”
폭염·폭우에 배춧값 폭등
주부 박모 씨(38)는 최근 동네 마트를 찾았다가 배추 가격을 보고선 혀를 내둘렀다. 한 포기 가격이 2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도저히 구매할 엄두가 나지 않아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렸지만 역시 배추를 선뜻 사지 못했다. 시장에서 제일 저렴하다는 상점에서도 배추 한 포기 값이 1만5000원 이상이었다.박씨는 “2만원 넘는 배추에는 도저히 손이 가지 않더라. 그렇다고 조금 저렴한 배추를 사자니 상태가 별로였다”며 “배추 가격이 내려갈 때까진 집에 있는 신김치를 조금씩 꺼내 먹어야겠다”고 말했다.
역대급 폭염과 폭우로 배추 가격이 급등했다. 산지에서의 출하가 원활해지지 않으면서 전통시장이나 지역 마트 등에서 유통되는 배추 한 포기 가격이 2만원 이상까지 치솟은 것이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하나로마트 등 각 유통사에서 조사한 배추 가격은 한 포기에 평균 9321원이었다. aT의 1년 전 조사 가격과 비교하면 50.5% 비싸고 평년(최근 5년 중 최고·최저를 제외한 3년간 평균값)과 비교해도 29.2% 높은 수준이다.소비자 체감 물가와는 차이가 있는데, 일선에선 배추 한 포기 가격이 2만원을 돌파한 사례도 상당수 확인됐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양배추만 한 배추가 한 포기에 2만원', '배추 가격이 미쳤다' 등의 게시글이 잇따랐다. 실제 서울 강북구 한 재래시장에서 이날 배추는 2만원 정도에 살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종로구 마트에서도 한 포기 가격이 2만2000원대로 확인됐다.이미 일부 온라인몰에서는 '김치 대란'이 일고 있다. 포장김치 점유율 1위 대상의 자사몰 '정원e샵'에서 종가 △포기김치 △묵은지 △백김치 등은 이미 일시 품절 상태다. 정원e샵 종가 김치 배송도 지연되고 있다.
정원e샵은 이날 공지사항을 통해 고객들에게 "현재 원물 수급 이슈로 인해 종가 김치 생산·출고가 지연되고 있다"며 "영업일 기준 2~3일 이상 배송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김치 업계 2위 CJ제일제당의 자사몰 CJ더마켓에서도 썰은배추김치·포기배추김치·보쌈김치 등이 일시 품절 상태로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이커머스 플랫폼 컬리에서도 종가·비비고·피코크·농협풍산김치 등 각종 포장 배추김치가 품절됐다.이 같은 배춧값 강세는 이달 중순까지 폭염이 이어진 데다 일부 재배지에서 가뭄이 겹치면서 물량이 태부족해진 데 따른 것이다.
자영업자들도 아우성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때 ‘알몸 김치’ 논란 등 위생 문제로 외면받았던 중국산 김치를 찾는 자영업자들이 다시 증가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적 김치 수입액 규모는 9847만 달러(약 13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 종전 최대치였던 2022년 9649만 달러보다 많은 액수다. 수입산 김치는 사실상 대부분 중국 제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배춧값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자 다음 달 2일까지 정부 할인 지원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이달 하순부터 해발 600m 이하 지역에서 출하가 시작되고 다음 달 상순에는 출하 지역이 늘어 배추 공급이 늘고 품질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이와 함께 김장철 배추 공급에 문제가 없도록 김장에 쓰는 가을배추에 대한 생육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여름 배추와 달리 가을 배추는 전국에서 나온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온 하강과 함께 작황이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앞선 폭염 여파로 채솟값은 전반적으로 강세다. aT 조사 기준 시금치 소매가격은 100g에 3381원으로 1년 전, 평년과 비교해 각각 87.5%, 120.7% 올랐다. 무 소매가격은 1개에 3921원으로 1년 전보다 66.9% 올랐고 평년과 비교해 42.8% 비싸다. 적상추 소매가격은 100g에 2153원으로 1년 전보다 34.0% 비싸고 평년과 비교해 41.0% 비싸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