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성 폐질환 첫 치료제, 건보 적용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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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트로젠, 타이바소 국내 도입“폐 이식만 기다리는 국내 간질성 폐질환 환자가 약 3000명입니다. 세계 첫 치료제가 국내에서도 허가받았는데 조속히 급여가 지정돼 환자 치료에 쓸 수 있길 바랍니다.”
식약처 승인 후 심평원 급여 검토
정욱진 가천대 의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대한폐고혈압학회장·사진)가 간질성 폐질환 신약 ‘타이바소’에 대해 23일 이같이 밝혔다. 미국 유나이티드테라퓨틱스가 개발한 타이바소는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신약 개발사 안트로젠이 유통한다.폐고혈압은 만성 질환으로 분류되는 고혈압과는 다른 희소병이다. 폐와 심장을 잇는 폐동맥 압력이 20㎜Hg을 초과할 때 폐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정상 범위는 15㎜Hg 이하다. 정 교수는 “압력이 높아지면 폐동맥혈을 쏘아 보내는 심장의 우심실에 걸리는 부하가 커지면서 점차 망가진다”고 설명했다.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폐고혈압도 원인 및 치료법이 다양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크게 5개 군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이 중 타이바소는 3군에 해당하는 간질성 폐질환 치료제다. 이전까지 간질성 폐질환자가 폐고혈압으로 진단받으면 치료 방법이 없었다. 코로 들이마시는 제형인 타이바소는 간질성 폐질환 적응증에 대해 처음으로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간질성 폐질환 환자는 국내에 3000명 정도로 알려졌다. 간 섬유화처럼 폐가 섬유화되는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빈번히 발전한다. 더 심해지면 폐고혈압이 된다. 국내 폐 이식 환자 중 절반이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다. 정 교수는 “타이바소는 이 질환에 대한 최초 치료제”라며 “폐 이식 대기자 중 절반만 1년 안에 이식받는데, 이식을 못 받는 나머지 50%는 1년 내 사망률이 30.8%에 달한다”고 말했다.타이바소는 임상 3상에서 폐 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운동 능력을 개선한 것은 물론이고 생명 연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정 교수는 “생존 기간이 늘어나야 환자가 폐를 이식받을 기회가 생긴다”며 “조속히 급여가 적용돼야 실질적으로 환자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이바소 급여가 적용되면 일본을 포함해 아시아에서 최초로 급여가 지정된 폐고혈압 신약이 된다.
안트로젠은 타이바소에 대해 ‘진료상 필수 약제’ 등재를 신청했다. 진료상 필수 약제는 비용 효과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약제에 대해 환자 접근성을 개선하고자 도입된 절차다. 대체 약제가 없고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 및 희소 질환 치료제여야 한다. 진료상 필수 약제로 지정된 약제는 이제까지 10종이며 2015년 이후에 지정된 사례가 없다.업계는 건강보험 재정 등을 이유로 그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료상 필수 약제를 급여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