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조' 美 가고시안 갤러리가…서울 상륙작전의 선봉에 세운 작가

더 스트랩展

한국 지사 설립하고 첫 전시회
데릭 애덤스 새 시리즈로 꾸며
"신인 투입해 강한 데뷔전 의도"

세계 곳곳에서 찍은 사진들에
문화적 스토리와 맥락 덧씌워
"한국 관객들의 적극성 놀라워"
미국 갤러리 가고시안의 첫 번째 서울 전시회에 참여한 데릭 애덤스. 가고시안 제공
서울 한강대로 아모레퍼시픽 APMA 캐비닛에서 열리는 ‘더 스트립’은 미국 갤러리 가고시안이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처음으로 개최하는 전시다. 가고시안은 전 세계 19개 지점을 운영하는 ‘메가갤러리’로 미술품 거래 매출이 연간 1조원에 달한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프리즈 기간에 맞춰 서울에 진출한 가고시안이 처음 내세운 작가는 데릭 애덤스다.애덤스는 이번 전시를 모두 신작으로만 채웠다. 작품들의 영감은 길거리에서 나왔다. 백화점 쇼윈도 속 마네킹, 담벼락 벽돌 등이 작품에 담겼다. 지나치기 쉬운 길거리와 일상 속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삼았다. 현장을 찾은 애덤스는 “‘뷰티 기업’ 아모레퍼시픽에서 전시한다는 게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작품은 그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에서 출발했다. 애덤스는 사진을 바탕으로 문화적 스토리와 사회적 맥락을 전달한다. 그는 “관람객들이 색 질감 구조 등 눈에 보이는 요소 외에도 그림 속에 담긴 의미와 스토리를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다양한 매체를 하나로 합친 실험적 작업을 선보인다. 벽돌을 묘사한 부분은 나무 위에 가짜 벽돌을 붙여 조각처럼 표현했다. 그 위에는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려 마치 그라피티처럼 하트를 그려 넣었다. 그 옆에 자리한 그림은 평면 회화다. 페인팅과 조각, 드로잉, 그리고 그라피티를 한 작품 안에서 합친 것이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패브릭을 잘라 캔버스 위에 붙였다. 질감을 ‘100%’ 활용했다는 것을 보여주려 의도했다.작품 제목들은 모두 노래에서 따 왔다. 그는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때마다 음악을 크게 틀어놨다. 리듬, 멜로디를 색과 구성으로 묘사하기 때문에 작업 당시 듣는 음악이 결과물을 좌지우지한다.

작품들은 아모레퍼시픽 건물 밖에서도 볼 수 있다. 애덤스에게 바깥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전시장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가 일반 대중에게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는 것을 즐기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마치 쇼핑몰 쇼윈도를 보듯 내 작품을 마주하는 과정이 즐겁다고 느낀다”고 했다.

그는 국내 대중의 적극성이 놀랍다고 했다. 작품 설치가 마무리될 즈음 아모레퍼시픽 건물을 지나던 수많은 사람이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라며 스스럼없이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왔다는 것. 애덤스는 “나는 예술에 관심이 없는 일반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게 좋다”며 “모르는 이들을 작품으로 감동시키는 것이 수만 배는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이지영 가고시안 서울 디렉터는 “첫 전시인 만큼 신선하고 새로운 얼굴을 선보이고 싶었다”며 “잘 알려진 대형 작가 대신 강렬한 데뷔전을 치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0월 12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