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 돌아온 한강…콘크리트 둑 다 걷어낸다

서울시, 내년까지 강둑 94% 자연형으로 복원

맹꽁이·삵 등 서식생물종 늘어
호안 복원으로 자생력 더 강화
암사 등 생태공원 5곳도 재정비

수질 개선·자연체험 공간 확대
오세훈 "올림픽 무대로 손색 없어"
서울 한강에 맹꽁이, 삵 등 야생동물이 속속 돌아오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한강 수변공간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도록 녹지와 습지를 조성해온 노력의 결실이다. 서울시는 생태공원으로 변신한 한강을 도시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향후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매력 포인트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녹음 짙어진 한강 수변공간

서울 이촌 한강변의 자연형 호안.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첫 임기인 2007년부터 추진한 한강 자연성 회복 사업을 통해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종이 모두 2062종으로 사업 전보다 30% 가까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한강변에 조성된 수목도 기존 85만 그루에서 365만 그루로 4배 이상 늘었다. 주용태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강과 둔치 경계부를 뜻하는 한강변 호안의 86%가 자연형으로 복원됐다”며 “내년엔 이 비율을 94%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회색빛 일색이었다. 1980년대 한강 종합개발 계획에 따라 저지대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콘크리트, 벽돌 등 인공 구조물을 강둑에 설치한 탓이다. 그러다 오 시장 취임 이듬해인 2007년부터 시는 자연형 호안 복원에 초점을 맞춘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착수했다. 박원순 시장 재임기에도 한강을 생태공원화하는 사업만큼은 꾸준히 이어졌다.

오 시장은 2021년 시정에 복귀한 뒤에도 한강 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지난해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계승해 내놓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자연형 호안은 콘크리트를 단순히 걷어내는 게 아니라 생물 서식지를 복원하는 역할을 한다. 최영준 서울시 자연성회복과장은 “흙, 자갈, 수생식물을 심으면 수달 등 포유류의 은신처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맹꽁이 서식지가 발견된 한강생태공원 내 습지.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전체 82㎞의 한강변 호안 가운데 자연형으로 조성할 수 있는 57.1㎞를 대상으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까지 49.5㎞(86%) 구간, 내년까지 53.7㎞(94%)를 마무리할 예정이다.고덕수변, 암사, 여의도샛강, 강서습지, 난지생태습지 등 생태공원도 재정비한다. 수달이 종종 발견되는 여의도 샛강공원에는 수달이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수달 모래톱’을 늘리기로 했다. 습지가 많아 맹꽁이 서식처가 발견된 암사, 난지, 강서 공원에도 퇴적물을 걷어내고 적정 수심을 확보할 예정이다.

○수상스포츠의 메카로 키운다

한강이 친환경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수상 레저활동을 즐기는 시민도 크게 늘고 있다. 숲속 산책로, 모래 놀이터 등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자연형 한강 물놀이장’이 최근 도심 속 피서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문을 연 한강공원 수영장 여섯 곳을 찾은 시민만 31만1370명에 달했다. 전년 동기(21만5000여 명) 대비 45% 증가한 수치다.

한강의 레저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서울시가 추진 중인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오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프랑스 파리 센강보다 훨씬 깨끗하고 수려한 한강은 올림픽이 치러지면 여러 이유로 세계인의 눈길을 끌 것”이라고 했다. 센강은 나쁜 수질 때문에 올림픽 기간 전 세계인의 구설에 올랐다.한강의 수질은 이전에 비해 크게 좋아졌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4~5월 조사한 결과 한강 물속 대장균 개체 수는 평균 100mL당 37개로 나타났다.

물환경보전법 시행령의 물놀이 제한 권고 수치(100mL당 500개)보다 한참 아래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