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을 문화예술 도시로"…김창일 아라리오 창업주의 '예술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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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이자 독창적 예술가충남 천안시 신부동에 조성된 아라리오 조각광장은 독특한 작품 전시를 넘어 세계적인 문화 교류와 예술적 영감을 제공하는 상징적 공간이다. 시민들의 문화공간이자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공간으로 지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조각광장에는 데미안 허스트의 ‘찬가(Hymn)’와 ‘채러티(Charity)’, 키스 해링의 ‘줄리아(Julia)’와 ‘무제(피규어 온 베이비)’, 수보드 굽타의 ‘통제선’ 등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작품들이 가득하다. 주민들에게 현대예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방문객들에게는 예술적 감동을 선사한다.
40여년 '아라리오 조각광장' 일궈
낡은 터미널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천안시와 야간관광 거점 육성
○창업주 ‘씨킴’의 예술적 비전과 헌신
세계적인 작품들은 예술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천안은 뉴욕, 파리, 런던과 같은 대도시에 뒤지지 않는 세계적인 예술공간을 가졌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조각광장이 존재하는 배경에는 아라리오 창업주이자 예술가인 김창일(씨킴·CI Kim·사진)의 독특한 예술적 비전이 자리한다. 씨킴은 1980년대부터 천안을 예술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꿈을 품었다. “세계적인 예술작품을 대중에게 가깝게 제공해 천안을 찾는 방문객들이 예술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그의 말은 예술과 대중을 하나로 잇고자 하는 진정성이 담겨있다.
씨킴은 1978년 천안 시외버스터미널 매점 운영을 시작으로 사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 천안 터미널은 낡고 오래된 모습이었지만, 씨킴은 10년 만에 터미널을 현대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변모시켰다. 터미널과 백화점, 영화관, 갤러리와 함께 아라리오 조각광장도 탄생했다.
○천안을 세계적인 문화예술 도시로 조성
씨킴은 단순한 사업가에 머물지 않고 세계적인 컬렉터이자 예술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씨킴은 “배낭에 탐욕을 넣으면 높은 산을 오를 수 없다”며 예술가로서의 순수함과 진정성을 강조한다. 그는 예술가가 사후에야 비로소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순수한 마음으로 작업해야 한다고 말한다. 씨킴의 작품에도 순수함이 녹아 있다. 씨킴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예술가로 회화, 조각, 드로잉, 오브제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펼쳐 나간다. 그는 버려진 오브제를 재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독특한 방식을 선호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아라리오 조각광장은 씨킴의 예술적 비전과 헌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 공간은 천안이라는 지방 도시에 세계적인 예술을 가져다줬고, 현대예술 대중화에 기여하며 지역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문화와 기업을 접목하는 경영 철학은 공공미술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작품을 통해 그려내는 문화적 비전은 단순히 예술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담고 있다.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지역 사회에 예술적 가치를 더하며, 미래의 문화적 가능성을 열어나가는 과정은 다른 기업가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지방 도시의 밤 물들이는 미디어아트
천안을 예술도시로 만든 아라리오 조각광장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아라리오는 천안시,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천안시 야간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조각광장을 천안 야간관광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음달 4일부터 13일까지 10일간 조각광장 일대에서 다채로운 미디어아트 공연과 야간 행사가 펼쳐진다.프로젝션 맵핑, 레이저쇼, 홀로그램, 체험형 콘텐츠 등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들이 전시돼 천안의 밤을 환상적으로 물들이게 된다. 조각광장은 천안의 8대 대표 관광지 중 하나로, 하루 평균 7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는 조각광장의 예술적 가치를 부각하는 동시에, 지역 경제와 관광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시의 설명이다.박상돈 시장은 “아라리오 조각광장이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예술적 매력을 발산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다”며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야간관광의 중심지로 천안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는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