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비첸코 "러시아와 전쟁하지만 쇼스타코비치 음악과 가장 친밀"

올해 '퀸 엘리자베스 위너'
바이올리니스트 우도비첸코, 첫 내한 공연

러시아 쇼스타코비치 작품으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한 우크라 비올리스트

'친푸틴' 심사위원과 악수 거부한 수상자
바이올리니스트 레핀의 악수 요청 외면
"국적 때문 아냐, 그의 친푸틴 성향 때문
… 전쟁 지지자와는 함께 못해"
지난 6월 벨기에 브뤼셀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드미트로 우도비첸코가 연주하고 있다. / 사진. ⓒReine Elisabeth
"(콩쿠르 우승으로) 우크라이나에 잠깐이나마 기쁜 소식을 전해 좋았습니다. 전쟁 통에도 삶은 계속된다는걸 보여주고 싶었어요."(우도비첸코)

3년째 진행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음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러 공연장과 음악 단체들은 러시아 전쟁에 대한 항의 의사를 밝혔고,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친(親)러시아 아티스트들을 보이콧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가운데 올해 6월 세계 3대 경연 대회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크라이나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비첸코(25)가 1위를 차지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그의 우승은 전세계 음악계의 이목을 끌었다.

고통받는 자국민들에게 음악으로 위로를 전했던 우도비첸코, 그가 이달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다. 우승자 콘서트와 협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우도비첸코를 지난 23일 서울 역삼동 레베누보 쇼팽홀에서 만났다. 그는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와 양인모 등 뛰어난 한국 음악가들을 알고있다"며 "대중음악을 거의 모르는데, 그래도 한국 그룹 BTS(방탄소년단)는 들어봤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우도비첸코는 콩쿠르 시상식에서 심사위원이던 바딤 레핀의 악수를 거부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레핀은 아내인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와 함께 대표적인 친푸틴 인사로 꼽힌다. 이에 대해 그는 "레핀은 러시아 정부가 지원하는 축제에서 위원장을 맡았고, 정부로부터 몇 차례 수상을 받았다"며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 아니라 (전쟁에 대한) 제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 몇몇 친구들과 스승님도 러시아 사람이고 다른 심사위원 중에서도 러시아 사람이 있었어요. 중요한 건 러시아 정부에 지지하는지 여부입니다. 러시아 정부가 일으킨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매일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어요. (정부의) 일부가 되거나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과는 함께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 또한 러시아 작곡가인 쇼스타코비치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도 그는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우도비첸코는 "제가 느끼는 감정과 가장 가까운 곡"이라며 "음악은 정치적인 맥락에서 벗어나 있고, 이 곡은 전쟁에 관한 곡이 아니다"라고 했다.

"우크라이나도 소련의 일부였던 역사가 있기 때문일까요.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제겐 현실에서 느끼는 감정과 매우 가깝게 느껴집니다. 그의 음악이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우도비첸코는 비올리스트 부모 밑에서 어릴 때부터 음악을 접했다. 우크라이나의 하르키우 음악학교를 졸업하고 2016년 독일 에센 폴크방 대학에서 공부했다. 2022년부터는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를 사사하고 있다. 시벨리우스 콩쿠르 3위(2022)에 오른 뒤 지난해 몬트리올 콩쿠르와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콩쿠르 우승 이후) 콘서트도 많아지고 할 일도 많아졌다"며 "저를 둘러싼 현실이 변했는데, 아직 못 쫓아가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우도비첸코는 울진(24일), 경주(25일), 서귀포(29일)에서 준우승자 조슈아 브라운과 함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수상자 콘서트’를 가진다. 26일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고, 30일엔 마스터클래스를 연다. 오는 11월에는 반전(反戰) 메시지를 담는 DMZ OPEN 국제음악제를 위해 다시 내한할 예정이다.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빡빡한 연주 일정을 앞둔 그는 이렇게 말했다. "콩쿠르를 하면 아드레날린이 샘솟아요. 바이올린을 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이런 고강도의 긴장 속에 살았죠. 이제는 콩쿠르가 아닌 다른 곳에서 아름다움을 찾아가려고 해요. 그걸 찾아가는 과정은 제게 또다른 모험이 될 것입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