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고령화에 생산 급감…일본 쌀 가격 전년대비 23% 급등 [원자재 포커스]

쌀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 쌀 가격 상승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가을 수확철을 앞뒀지만 이미 공급이 수요를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쌀 부족이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5㎏짜리 쌀 한 포대의 가격은 2871엔으로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일본 농업협동조합(JA)이 도매업체에 판매한 60㎏짜리 도정되지 않은 쌀의 가격은 지난달 1만6133엔을 나타냈다. 같은달 쌀 인플레이션은 전년대비 28.3% 급등해 1975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도쿄 북부에서 쌀 가게를 운영중인 이마이 류지씨는 “우리 가게의 쌀 비축량이 거의 다 떨어졌다”며 “2006년 가게를 인수한 이후 처음 겪는 부족 상태”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전했다. 수확철인 10월에 쌀 공급이 회복되더라도 쌀 가격은 최대 50%까지 상승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비어있는 쌀 매대(사진=AFP연합뉴스)
지난해 이례적 폭염으로 쌀 작황이 부진했던 탓이 크다. 여기에 관광객 유입으로 인한 쌀 소비 증가와 맞물려 상업용 쌀 비축량은 지난 6월 사상 최저치인 156만톤을 기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태풍,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패닉 바잉’ 때문에 쌀 부족 현상이 악화했다”며 “일부 소매업체는 쌀 판매를 제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일본의 쌀 생산량은 196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감소해왔는데, 그 원인으로는 농촌 고령화가 꼽힌다. 일본 정부가 밀 등 다른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도 쌀 농가를 줄이는 데에 기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지적했다. 일본 소비자들은 수입산 쌀보다 국산 쌀을 선호하기 때문에, 쌀을 수입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다.
일본 쌀 수요 만족하지 못하는 공급량(사진=블룸버그통신 캡처)
일각에서는 내년에 쌀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일본 농림수산성(MAFF)은 내년 6월까지 쌀 소비량이 673만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는데, 올해 수확량은 그보다 적은 669만톤에 그칠 전망이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