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돌아온 중국인들, "지갑은 닫았다"

엔데믹(endemic·풍토병화된 감염병) 이후 제주도 관광객 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는 좀체 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엔데믹 이후 제주지역 관광 경기에 대한 평가 및 향후 여건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내국인 관광객 회복률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전 대비 91% 수준이었지만 외국인 관광객 회복률은 116%로 크게 늘었다.특히 중국인 관광객 회복률이 2022년 5%, 2023년 41%, 2024년 상반기 151%로 두드러졌다.

내국인 소비는 지난해 2022년 대비 15.5%, 올해는 2023년 상반기 대비 9.3% 줄었다. 외국인 소비는 올해 2023년 상반기 대비 76.8% 증가했지만,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관광객 소비 중 외국인의 비중은 2019년 2분기 37.0%였지만, 2024년 2분기에는 16.8%에 불과했다.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외국인 관광객 수 비중이 (과거에 비해) 확대된 점을 감안하면 과거보다 1인당 소비금액이 내국인에 비해 크게 감소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특히 팬데믹 이후 면세점을 중심으로 외국인 쇼핑 지출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기준 전체 소매업 내 면세점 소비비중을 보면 2019년 92.7%에서 2024년 18.7%로 뚝 떨어졌다.

이는 특히 중국인 관광객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중국 경기침체 외에도 저가상품 위주 소비 등 중국인들의 해외 면세점 선호도가 낮아진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고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분석했다.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엔데믹 이후 여행수요가 해외로 쏠려 일본과 동남아가 제주의 대체 여행지로 급부상해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해외여행 출국자수는 2019년 대비 93% 수준이다. 그러나 제주도의 대체 여행지로 곱히는 일본과 동남아 등 근거리 지역으로 여행한 내국인 관광객은 2019년 대비 각각 115%, 102% 수준으로 늘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일본 엔저 현상으로 제주 여행 가격 경쟁력이 약화했고, 제주여행 관련 고비용·불친절 논란이 확산하면서 여행 관심도나 선호도 하락이 지속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