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찍었던 그 집…옛 부산시장 관사, 시민 품으로

'도모헌' 40년 만에 전격 개방
공연 등 복합문화공간 탈바꿈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혈육 간 재벌 총수 쟁탈전의 배경이 돼 화제를 모은 부산시장 관사가 40년 만에 전격 개방된다. 과거 권위주의의 상징이던 공간에 ‘도모헌’(사진)이라는 새 이름을 붙이고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부산시는 24일 수영구 남천동에서 도모헌 개관식을 열었다. 부산시장 관사를 리모델링해 도모헌이란 브랜드를 입혔다. 도모헌은 ‘권위주의를 탈피하고 시민의 품으로’라는 슬로건으로, 휴식과 만남부터 신선한 아이디어까지 자유로이 도모하는 공간을 뜻한다.

도모헌은 국내 1세대 건축가 김중업 씨의 후기작이다. 근현대사 국내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반영해 군사독재 시절 ‘지방 청와대’로 불리며 대통령의 별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후에는 부산시장 관사로 활용했다. 특히 2022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극 중 재벌 총수의 저택으로 등장하며 부산시장 관사에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

시는 건축가 최욱 씨에게 설계를 맡겨 김씨가 추구하던 건축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창의적 복원을 시도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해 권위적인 관공서 건물에서 열린 공간으로 변신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도모헌 안에는 △소소풍(소소하게 작은 소풍) △두룩(잘 익은 콩색) △취람(먼 저녁 무렵 하늘의 색) △번루(달개비꽃색) △다할(감나무 등으로 염색한 색) 등 다양한 이름이 붙었다. 시는 정원과 1층 라운지를 소소풍으로 정하고, 1호 생활정원으로 지정했다. 숲 체험과 해설 프로그램, 아동 및 가족 참여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계단식 강연장의 다할, 다목적 공간 번루, 국제 콘퍼런스 공간인 취람 등 다양한 특색을 지닌 공간이 배치됐다. 영화, 음악, 마술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도모헌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관사가 주는 딱딱한 이미지에서 영감과 창의력을 불어넣어 새 공간을 만들었다”며 “부산시민을 포함해 부산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과 유력 인사에게 ‘부산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으로 각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