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재개봉 '비긴 어게인'…인기몰이 다시 시작

초가을에 부활하는 음악영화들

존 카니 영화감독 '비긴 어게인'
'베테랑2' 이어 박스오피스 2위
'원스'도 음악영화팬 끌어모아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보이는 건물 옥상에서 노래를 녹음하는 영화 ‘비긴 어게인’의 한 장면. 판씨네마 제공
‘음악영화 명장’ 존 카니 감독의 10년 전 영화 ‘비긴 어게인’이 다시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액션 화제작 ‘베테랑2’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달리고 있다. 카니 감독의 또 다른 음악영화 ‘원스’(2007)도 재개봉해 독립·예술영화 부문 톱5에 올랐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면서 감미로운 멜로디의 음악영화가 영화팬을 끌어모았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18일과 19일 재개봉한 ‘비긴 어게인’과 ‘원스’가 지난 20~22일 각각 4만4333명과 4799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비긴 어게인’은 독립·예술영화 부문 1위, ‘원스’는 4위를 달리고 있다. ‘비긴 어게인’은 추석 연휴 극장가를 휩쓴 ‘베테랑2’(20~22일 91만4543명)와는 격차가 컸지만 인기 애니메이션 ‘사랑의 하츄핑’(4만3710명)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고 전체 2위에 올랐다. 영화 수록곡 ‘로스트 스타(Lost Stars)’는 벅스뮤직 일간 차트 9위에 등장했다.미국 인기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와 마크 러팔로, 유명 밴드 마룬5의 보컬 애덤 리바인이 출연한 ‘비긴 어게인’은 10년 전 개봉 당시 332만 명의 한국 관객을 불러들이며 화제를 모았다. 제작비 800만달러의 다섯 배를 수익으로 벌어들였는데 이 가운데 40% 정도가 한국에서 발생했다.

영화는 유행에 뒤처진 프로듀서와 연인에게 배신당한 싱어송라이터가 뉴욕에서 음악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계 관계자는 “장황한 대사가 아니라 음악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점에서 감정이 풍부한 한국 관객이 좋아할 만한 영화였다”며 “주인공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을 자극하는 노래들이 뉴욕 밤거리와 어우러지며 가을을 타기 시작한 관객의 감수성을 자극했다”고 했다.

‘비긴 어게인’이 연기와 스토리텔링에 음악을 입혔다면 ‘원스’는 더 날 것에 가까운 음악영화라고 할 수 있다. 따로 이름이 나오지 않는 두 남녀가 우연히 서로의 음악 색깔이 닮았다는 걸 알아채고, 작곡과 작사를 함께하며 스치듯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게 이야기의 전부다. 갈등 없는 잔잔한 스토리에 배우들의 연기도 어색한 면이 있지만 더블린 길거리, 펍(술집)의 불그스름한 조명 아래 두 사람이 연주하는 곡들이 하나 같이 인상적이다. 17년 만의 재개봉에서도 130여 개 스크린만으로 음악영화 마니아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