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관리사 이탈하자…고용부 "17%는 그냥 떠난다"

시범사업 단계부터 문제점 예상
부실한 사후관리 책임 논란 일듯
이달 국내에서 일을 시작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중 2명이 무단 이탈하자 고용노동부는 “통계상 E-9(고용허가제) 입국자 중 17%는 그냥 떠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가사관리사 이탈 등 현장의 문제점을 개선해 내년 3월부터 본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와 고용부는 24일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참여 업체인 홈스토리생활 회의실에서 서비스 제공기관(홈스토리생활·휴브리스) 대표, 가사관리사 조안 씨와 에리카 씨가 참여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과 한은숙 고용부 외국인력담당관은 업체와 가사관리사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대책을 논의했다.고용부 등 정부가 일부 가사관리사의 이탈을 아예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어서 부실한 사후관리 책임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고용부 한 담당관은 ‘E-9 입국자 중 불법체류자 비중’이 어느 정도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17%”라고 답했다. 서울시도 시범사업 초기부터 이런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사관리사들의 근무지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15일 숙소에서 나간 뒤 복귀하지 않고 있는 가사관리사 2명은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다. 이들의 연령은 각 34세, 38세다. 한 사람은 총 두 가정에서, 또 다른 사람은 총 네 가정에서 주 46시간과 40시간씩 꼬박 일했다. 38세 가사관리사는 본국에 세 자녀를 두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수당 미지급, 기대 이하의 급여 수준 등이 이탈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가사관리사들은 급여 수준에는 불만을 나타내지 않았다. 조안 씨는 “숙소 임대료에 쌀과 세제 등 많은 비용을 보전받고 있고,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도 “2명이 임금 때문에 이탈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에리카 씨는 수당을 본국에 송금도 했다고 한다”고 거들었다.

가사관리사들은 근무시간 이후 자유시간이 부족한 점을 가장 큰 불편 사항으로 들었다. 조안 씨는 “통금이 오후 10시까지여서 일과를 오후 8시에 끝내고 9시에 돌아오면 1시간밖에 없다”며 “성인이니 밤 12시까지는 연장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범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를 보완해 본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