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칼 빼든 中, 지준율 0.5%P 낮춰 190조원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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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공급 '긴급 처방'중국이 침체에 빠진 경기를 살리기 위해 통화 정책 완화 패키지를 꺼내 들었다.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전격 인하하는 것을 비롯해 정책 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까지 릴레이 인하 가능성을 밝혔다. 미국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계기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공포에 휩싸인 중국 경제에 온기를 퍼뜨리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경기 부양의 칼을 빼들었다는 분석이다.
中금융당국 수장들 합동회견
7일물 역레포 금리도 0.2%P↓
기존 모기지 0.5%P 낮아질 듯
부동산 침체·치솟는 실업률에
연내 지준율 추가 인하도 언급
"구조조정 등 체질개선도 필요"
성장 적신호에 경기 살리기 ‘총력’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24일 국가금융감독관리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와 함께한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최 금융당국 합동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지준율을 0.5%포인트 낮춰 금융 시장에 유동성 1조위안(약 189조4000억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시장 유동성 상황을 보고 시기를 택해 지준율을 0.25~0.5%포인트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비율인 지준율을 인하하면 곧바로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된다. 연속적인 지준율 인하를 통해 시장에 제공하는 유동성 규모를 계속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인민은행이 연내 지준율을 0.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하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 경제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2021년 이후 첫 사례가 된다.
판 총재는 이날 “여러 정책을 동시에 도입하고 통화 정책의 조정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정책 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0.2%포인트 인하해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와 LPR, 예금 금리 등이 0.2~0.25%포인트 낮아지는 효과를 내기로 했다. 아울러 기존·신규 주택대출 금리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 과정을 통해 평균 주택대출 금리가 약 0.5%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개인의 부동산 거래를 늘리기 위해 2주택의 대출 최소 계약금 비율도 현행 25%에서 15%로 낮출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1주택과 2주택 대출의 계약금 비율이 동일해져 다주택 보유의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주식 시장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도 내놨다. 기업의 자사주 매수를 위한 대출을 허용하고,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한 대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CNBC는 “인민은행이 디플레이션 압력 속에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완화 사이클을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환호…“구조조정 수반돼야”
이처럼 중국 정부가 과감한 통화 정책 완화에 나선 건 더 이상 침체에 빠진 경제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위기의식에서다. 미국의 빅컷으로 생긴 통화 정책 여력을 한껏 활용해 부진한 부동산 시장을 회복시키고 냉각된 소비를 자극하겠다는 취지다.적극적인 통화 정책 완화의 계기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줬지만 사실 중국 정부는 막다른 길에 이르렀다. 빠르게 악화하는 중국의 주요 경제 지표 탓에 중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사회 안정성의 잣대인 청년 실업률은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8월 도시 지역 16~24세 실업률은 전월 대비 1.7%포인트 오른 18.8%로, 지난해 12월 새 통계 방식을 도입한 뒤 최고치를 기록했다.미국 투자 매체 배런스는 부동산 시장 둔화에서 비롯된 경기 침체로 중국 경제성장률이 5% 안팎인 목표치를 크게 밑돌아 올해 약 4%, 내년에는 1~2%대로 주저앉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 의지에 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15% 급등했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 역시 4.33% 올랐다.
다만 단순한 ‘돈 풀기’만으로는 경기 부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채 조정과 산업 구조조정 등 본질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통화 정책 완화에 따른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배런스는 “산업 구조조정이 수반되지 않으면 결국 중국 정부가 경제 위기에 처한 기업과 금융회사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자산을 매입하는 등의 미국식 구제금융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