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스 투자하든가"…개미들 울화통 터뜨린 野 금투세 토론회

민주당 내부 '시행 vs 유예' 갑론을박

"차라리 선물 풋 잡으면 된다"
"김건희·주가조작 세력이 더 불편"
시행팀서 황당 발언 쏟아져

개미들 토론회장 찾아 항의
"기업들 다 망하라는 건가"
< 투자자들 “금투세 폐지” > 2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금융투자소득세 토론회에 개인투자자들이 참석을 요구하며 민주당 의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진성준 정책위 의장(왼쪽)이 막아서자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오른쪽)가 항의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를 놓고 24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토론회에서 “증시가 우하향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인버스 투자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등의 발언이 나오자 개미투자자의 불만이 쏟아졌다.

인버스 투자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금투세 시행과 관련해 당론을 모으기 위해 토론회를 열었지만 예정대로 내년 1월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평행선을 달렸다.

토론회는 민주당 전·현직 의원 10명이 시행팀과 유예팀으로 나뉘어 이뤄졌다. 김영환(팀장)·김성환·이강일 의원이 시행팀, 김현정(팀장)·이소영·이연희 의원이 유예팀 토론자로 나섰다.

인버스 투자 발언은 유예팀에서 “향후 3년간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우하향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그런 상황에서 금투세를 도입하는 건 개미투자자의 강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한 데 대해 시행팀 팀장을 맡은 김영환 의원이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주가와 관련해 혹시 다른 변수는 없는지 한번 봤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윤석열 정부가 망친 중국 시장 문제와 작년 선진국 경제성장률 평균이 3.3%인데 한국이 1.4%, 미국 2.5%, 일본이 1.9%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물 풋 잡으시면 되지 않겠나. 주식 시장은, 선물·파생상품 시장은 주가가 내려도 이득을 얻는 분들이 있다”고 덧붙였다.이 발언 이후 김 의원 블로그에는 개미투자자들의 항의 댓글이 쏟아졌다. ‘인버스에 투자하라니 정말 우리나라 기업 다 망하라고 나라 팔아먹는 것과 뭐가 다른가’ 등의 내용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SNS를 통해 “민주당은 대한민국 인버스에 투자하라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김성환 의원은 “(금투세 도입으로) 지금 제일 불편할 사람은 김건희 여사와 주가조작 세력일 것”이라며 “금투세를 도입하면 차명·위탁계좌와 부정거래 등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예팀 이연희 의원은 이에 대해 “김 여사 주가조작 사건을 사례로 드는 것은 금투세 찬반과 무관한 논점”이라고 맞받았다.

시행팀 이강일 의원은 “2010년 이후 수익률이 3.3%인 시장인데 금투세를 시행한다고 무슨 변화가 있겠느냐”며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고액 투자자와 고수익자들이 (금투세 부과) 대상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유예팀 김현정 의원은 “(금투세 도입 우려로) 심각한 증시 자금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내 투자자의 미국 증시 보유액이 지난 4년 사이 10배가량으로 늘어났다”고 했다. 김 의원은 “금투세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자본시장 선진화와 증시 부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같은 팀 이소영 의원은 대부분의 국가가 주식 양도소득세 도입 후 주가가 올랐다는 주장에 “해당 국가 대부분이 증시 상승기에 양도세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 시작에 앞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등 개인투자자들이 토론회 참관을 요구하면서 고성이 오갔다. 이들은 “국민은 입장하지 못한다는 공지를 사전에 왜 하지 않았느냐”며 “민심을 버리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이강일 의원이 “소리 좀 그만 질러, 이 사람아. 나도 목소리 커”라고 맞받자 동료 의원들이 제지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정책 토론회로 의견 수렴을 마친 뒤 의원총회를 거쳐 금투세 관련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토론회가 기존 의견을 되풀이하는 데 그쳐 결국 당론이 유예로 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김민석·이언주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에서 유예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데다 민주당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불만이 거세지면서다.

정상원/정소람/배태웅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