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100만원씩 벌어요" 짭짤한 수익…'애물단지'의 대반전

서울 오피스텔 월세 8개월 연속 '상승'
전세 기피에 신축 감소 맞물린 여파
서울 마포구에 오피스텔 건물이 들어서 있다. 사진=김범준 기자
서울 오피스텔 월세가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전세 기피 현상이 지속되면서 임차 수요가 많은 역세권의 깔끔한 오피스텔 월세는 100만원에 육박하는 모양새다.

2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역세권 오피스텔인 마포구 동교동 '마젤란21' 전용면적 32㎡는 지난달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95만원으로 신규 세입자를 들였다. 지난해 10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75만원으로 세입자를 들였던 것과 비교하면 10개월 만에 20만원 오른 액수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역세권인 서대문구 창천동 '스테이 더 디자이너스' 전용 18㎡ 역시 이달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에 월세 계약을 맺었다. 지난 1월에는 같은 보증금에 월세 65만원으로 계약을 맺었지만, 약 7개월 사이 35만원 치솟았다.

같은 지하철 2호선 이대역 주변의 대현동 '아리움3차' 전용 13㎡도 지난달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인근에 위치한 '유씨유이대' 전용 17㎡도 보증금 1000만원, 월세 95만원에 계약이 신고됐다. 신촌 일대 오피스텔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을 기준으로 오가는 상황이다.

창전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건물이 깔끔해 선호도가 높은 오피스텔 월세의 경우 전년 대비 10만~20만원 정도 올랐다"며 "월세를 찾는 세입자가 많고, 기존 세입자들도 나가지 않고 계약을 갱신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리비까지 감안하면 신촌 일대 오피스텔 주거비는 이미 100만원을 넘어섰다"고 귀띔했다.
서울 마포구 인근 오피스텔이 밀집한 모습. 사진=김범준 기자
일대 오피스텔 월세가 상승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전세 사기로 인한 전세 기피 현상과 신규 오피스텔 감소, 고금리가 맞물렸다.

최근 1~2년 새 대규모 전세사기가 잇따른 데 이어 최근에도 서울 동대문구 일대에서 114억원 규모 전세사기를 벌인 50대 남성이 구속된 바 있다. 서울 관악구 일대에서도 약 30억원 규모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집주인이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 각지 비아파트에서 전세 사기가 반복 발생하면서 오피스텔 임대차 시장 역시 월세 위주로 재편되는 추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에 비아파트 시장이 위축되면서 새로 지어지는 오피스텔도 빠르게 줄고 있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준공된 오피스텔은 총 1만4479실로 2020년 2만2219실의 65% 수준이다. 올해는 여기서 더 줄어 4138실에 그칠 전망이다. 내년엔 2613실로 쪼그라들어 2020년의 11.7%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수요가 늘고 공급은 줄면서 가격도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전달 101.05 대비 0.15% 오른 101.21을 기록했다. 서울 오피스텔 월세는 8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 영향이 지속되면서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를 찾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며 "임대인 입장에서도 월세를 높이는 편이 수익률이 좋기에 가격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수익률은 4.87%에 달했다"며 "미국 금리 인하에 따라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낮추면 오피스텔 수익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