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페니체는 베르디의 피 물려받은 악단…명예로운 '비올레타'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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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올가 페레탸트코“유연한 목소리, 아름다운 외모, 무대에서의 또렷한 존재감을 갖춘 그는 유수 오페라단의 꿈 같은 존재이자 현대판 디바(스타 여가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소프라노 올가 페레탸트코(44)를 두고 남긴 찬사다. 페레탸트코는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등 세계적인 오페라 명가에서 잇따라 주역을 꿰찬 프리마돈나다. 2010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라 페니체 오페라극장에서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주인공 질다 역을 완벽히 소화하며 평단의 호평을 받은 그는 작품에 대한 탁월한 해석과 남다른 표현력으로 에코상, 오푸스 클래식상 등 국제적 권위의 음반상을 휩쓴 인물로도 유명하다.
& 테너 존 오즈번 인터뷰
10월 4일 서울 예술의전당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 내한
‘일 트로바토레’ 콘서트 오페라
“나와 닮은 알프레도…격렬한 감정 쏟아낼 것”
“정명훈은 세계 최고의 지휘자…매우 기대돼”
‘오페라계 디바’ 페레탸트코가 한국을 찾는다. 그는 다음 달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 공연에서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콘서트 오페라)’ 여주인공 비올레타 역을 맡는다. 1996년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 콩쿠르 우승자이자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 등에서 활약해 온 미국 출신 테너 존 오즈번(52)이 남주인공 알프레도 역으로 출연해 그와 호흡을 맞춘다.25일 페레탸트코와 오즈번을 전화로 만났다. 이들은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는 베네치아의 진정한 보석으로 일컬어질 만큼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악단”이라며 “마치 베르디의 피를 물려받은 사람들처럼 그가 써낸 음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정교하게 소리를 낸다”고 입을 모았다.라 페니체 오페라극장은 ‘일 트로바토레’와 함께 베르디의 3대 오페라로 불리는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조아키노 로시니의 ‘세미라미데’ 등 세기의 명작을 초연한 오페라의 성지(聖地)다.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는 이 명문 오페라극장과 함께 230여 년의 역사를 써온 주역이다.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와 첫 리허설을 치른 지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때 느낀 음악적 전율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그 누구도 이 악단 앞에선 베르디 오페라에 대해 함부로 아는 척을 할 수 없을 거예요.”(페레탸트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는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가 1853년 초연한 작품이다. 1800년대를 배경으로 프랑스 파리 사교계의 꽃으로 불리는 화류계 여성 비올레타와 순수한 귀족 청년 알프레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리고 있다. ‘길을 잃은 여인’이란 뜻을 지닌 이 오페라는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소설 <춘희>를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1막에서 유명 이중창 ‘축배의 노래’가 등장하는 오페라로도 잘 알려져 있다.페레탸트코는 “비올레타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음까지 불사할 수 있는 명예로운 여인”이라며 “마리아 칼라스를 포함해 전설적인 소프라노들이 줄줄이 맡아온 비올레타 역을 이어받을 수 있는 건 내게 무척 특별한 일”이라고 했다. “알프레도 아버지 제르몽은 거액의 돈을 주겠다며 비올레타에게 아들과 헤어질 것을 요구하지만, 그는 대가 없이 오로지 연인을 위해 스스로 이별을 선택합니다. 그리곤 사람들의 비난과 외로운 죽음까지 겸허히 받아들이죠. 매 순간 명예로웠던 그녀의 삶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요.”오즈번은 “알프레도는 상당히 로맨틱하지만 때론 엄청난 질투와 분노에 휩싸이는 인물이란 점에서 나와 매우 닮아있다”며 “우아한 음색과 화려한 기교를 요구하는 벨칸토 창법을 확실히 구사하는 동시에 다소 거칠게 느껴질 정도로 격렬한 감정까지 쏟아내면서 극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대 장치나 조명 효과가 제한적인 콘서트 오페라 공연인 만큼 작품의 전체 스토리 라인과 음악적 표현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에선 2018~2020년 라 페니체 오페라극장 신년 음악회를 이끈 한국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지휘봉을 든다. 페레탸트코는 “정명훈은 다니엘 바렌보임, 주빈 메타처럼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최고의 지휘자”라며 “평소 그의 음악을 동경해왔는데 그의 고국인 한국에서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어 매우 기대된다”고 말했다.▶▶▶[칼럼] 아들아, 고향에 돌아가 옛날처럼 살자꾸나, 제발 그녀를 잊고
김수현/조동균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