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박성훈 "학생들도 무분별 노출..액상형 담배 규제해야"[정책마켓]

담배 정의 바꾸는 담배사업법 개정안 발의
"청소년 흡연 줄이고 추가 세수 확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주변에 무인 전자 담배 자판기 영업이 성행하는데도 막을 길이 없습니다. 담배의 정의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합성 니코틴으로 만든 액상형 전자담배 등이 '담배'로 규제되지 않아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담배의 정의를 '연초의 잎'에서 '연초 및 니코틴'으로 확대하는 담배 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1988년 제정된 담배사업법은 궐련형 담배만을 '담배'로 규정하고 있다"며 "시대가 바뀌었는데 법이 따라가지 못해 액상형 전자 담배 등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액상형 전자 담배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탓에 청소년들의 흡연이 크게 늘어났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현행법상 합성 니코틴으로 만든 액상형 전자 담배는 광고를 할 수 있고, 온라인 및 자판기 판매가 가능하다"며 "청소년들도 거부감 없이 쉽게 접근하고 더 이른 나이에 흡연에 노출되게 됐다"고 했다. 2020년 2.7%에 머물렀던 남자 청소년의 전자 담배 흡연율은 지난해 4.5%로 뛰었고, 같은 기간 여성 청소년의 흡연율도 1.1%에서 2.2%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이 같은 이유 때문에 OECD 선진국들은 대부분 합성니코틴을 사용한 전자 담배에 대해 규제를 마련했다"며 "전자 담배를 금지하거나 별도로 관리하는 나라를 제외하면 규제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콜롬비아 뿐"이라고 지적했다.

액상형 전자 담배를 담배로 규제할 경우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박 의원은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 담배가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동안 지난해 걷지 못한 개별 소비세만 2000억원에 달한다"며 "궐련형 담배처럼 국민건강 증진 부담금과 부가세, 교육세, 폐기물 부담금 등 부담하게 한다면 추가로 확보되는 세수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1문 1답. 전체 인터뷰 내용은 영상 참조.

▶최근 발의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현재 '연초의 잎'으로 규정한 담배의 정의를 '연초 및 니코틴'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1988년 만든 담배사업법에서 담배를 이같이 정의했는데, 최근 유행하고 있는 합성 니코틴 액상은 빠져 있다. 합성 니코틴 용액 수입액은 2020년 56t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119t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를 '담배'로 규정해 제대로 관리하자는 취지다."

▶액상형 담배가 '담배'로 정의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가 있나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들이 무분별하게 담배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광고를 할 수 있고,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인 자판기를 통한 판매도 이뤄진다. 그렇다 보니 청소년들이 담배에 대한 거부감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가향 형태의 새로운 기호품 정도로 인식하게 됐다.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궐련형 담배를 피우고 있는 청소년의 60% 이상이 액상형 전자 담배를 통해서 처음 흡연을 시작했다고 한다." ▶액상형 전자 담배 보급이 흡연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통계가 있나

"궐련형 담배 흡연율은 성인과 청소년 모두에서 감소 추세다. 그런데 액상형 전자 담배는 반대로 모두 증가 추세다. 2020년 성인 남성의 궐련형 담배 흡연율은 34%에서 30%로 감소했다. 반면 액상형은 같은 기간 5.2%에서 5.6%로 늘었다. 청소년은 더 심각하다. 남자 청소년과 여자 청소년의 액상형 담배 흡연율은 같은 기간 각각 2.7%, 1.1%에서 4.5%, 2.2%로 급증했다."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지정될 경우 어떤 변화가 있나

"광고와 온라인, 무인 판매 규제가 강화된다. 학교 근처에서 자판기를 설치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청소년들의 담배 접근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액상형 전자 담배를 '담배'로 규제하게 된다면 추가 세수 기대는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 담배 유통에 대해 걷지 못한 개별 소비세는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합성이 아닌 천연 니코틴 용액에 대한 개별 소비세 세액 규모는 166억4300만원이었는데, 이보다 훨씬 비중이 큰 것이다. 현행법상 궐련형 담배는 국민건강 증진 부담금, 부가세, 교육세, 폐기물 부담금 등을 '죄악세'(sin tax) 개념으로 내고 있다. 만약 액상형 담배도 이런 세금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면 더 많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액상형 담배는 단위를 세기가 어려운데 어떻게 세금을 부담하나

"액상형 담배는 니코틴 용량이나 함유량 등에 대한 규격이 정해져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와 시약처에서 국회의 요청에 따라 현재 합성니코틴의 효과에 대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 용역 결과를 보고 담배의 정의와 이에 맞는 세율 등을 결정해야 할 것 같다."

▶다른 나라도 액상형 전자 담배를 강하게 규제하나

"OECD 38개국 중 전자 담배를 규제하지 않는 나라는 5개 국(한국, 콜롬비아, 멕시코, 튀르키예, 일본)이다. 이마저 멕시코와 튀르키예는 전자 담배 유통이 금지되어 있는 것이고, 일본은 의약품으로 따로 관리를 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과 콜롬비아만 제대로 된 규제가 없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수입된 합성니코틴은 162t으로, 전자 담배를 5억개나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통계도, 규제도 없는 셈이다."

▶법안이 통과되려면 거야의 협조가 필요한데

"국민 건강에 여야가 따로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에서는 보건복지위 소속 한지아 의원이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내놨고, 민주당(김태년, 남인순)과 조국혁신당(김선민)에서도 담배 정의를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 통과를 위한 여야의 분위기는 충분히 조성됐다고 본다."

▶이 법안이 꼭 통과돼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자라나는 청소년의 건강을 책임지는 건 국가의 책무다. 청소년의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액상형 전자 담배를 담배의 정의에 포함시켜 관리해야 한다."

글=정소람/사진=임형택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