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외출 못하겠다"…야탑역 '살인예고' 작성자 왜 못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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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측 "작성자 몰라"경기 성남 수인분당선 야탑역에서 칼부림하겠다는 내용의 살인예고 글이 올라와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해당 글이 게시된 사이트 측은 경찰 수사 협조 요청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협조 요청 사실상 '거부'
글 작성자 추적 등 수사 난항 예상
이 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사이트 운영자 역시 강력한 보안성을 자랑하는 텔레그램으로만 접촉할 수 있어 용의자의 신원을 특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25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A 사이트에 야탑역 살인예고글이 올라온 후 사이트 운영자에게 수사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사이트 운영자는 이 같은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경찰은 A 사이트에 글쓴이의 IP 정보 등 자료를 요청했지만, 사이트 측은 "우리도 글쓴이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A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는 "익명으로 진행되는 안전 커뮤니티", "IP 및 신상 걱정 없이 이용하는 사이트"라는 등의 소개글이 올라와 있다.
이어 사이트 소개, 제작 목적, 필요성 등의 내용을 종합하면, A 사이트는 누구든 익명으로 간편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IP를 포함한 글쓴이의 정보는 추적이 불가능하다.A 사이트는 이 사건이 불거진 직후 올린 공지글에서 "우리 사이트는 시스템 특성상 운영자조차 작성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없는 완전한 익명성을 보장하는 커뮤니티"라면서 "우리는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수사에 대한 협조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A 사이트의 주장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보고 이 사이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 사이트 서버의 소재를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이용자 정보를 확보해 이번 사건을 벌인 글쓴이를 찾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우선 A 사이트 운영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A 사이트에는 회사 주소(사이트 운영자의 위치) 등 기본적인 정보가 전혀 나와 있지 않다. 고객센터란을 클릭하면 운영자로 추정되는 사람과 텔레그램을 통해 대화를 할 수 있을 뿐이다.경찰 또한 A 사이트 측과 텔레그램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하는 텔레그램 특성상 대화 당사자가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한 신원을 특정하기 어려워 경찰로서는 A 사이트의 운영자가 누구인지, 현재 어느 국가에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아울러 A 사이트 서버가 해외에 있는 것으로 추정돼 직접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수사에 걸림돌이다. 경찰이 서버 소재 파악 후 해당 국가에 공조를 요청해야 하는데, 관련 절차를 마치고 공조 요청을 한다고 해도 실제로 협조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A 사이트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글쓴이가 혹시 남겼을지 모를 사이버상의 흔적 찾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거나 익명이 보장되는 사이트를 통한 사이버 범죄라고 해도 경찰이 기발한 수사 기법을 동원해 범인을 잡은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경찰은 테러, 마약, 조직범죄, 딥페이크 등 각종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돼 온 텔레그램이 앞으로 불법 행위를 저지른 사용자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희망을 걸고 있다.
텔레그램 CEO 파벨 두로프는 최근 "나쁜 행동을 하는 소수의 이용자가 10억 명에 가까운 텔레그램 서비스 전체를 망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 따라 현재 텔레그램으로 소통 중인 A 사이트 운영자의 정보 역시 제공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보고 있다.
지난 19일 A 사이트에 "야탑역 월요일 날 30명은 찌르고 죽는다"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시민이 불안에 떨었고, 경찰은 역 주변에 경찰특공대와 장갑차를 배치하면서 순찰을 강화했다.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나면서 행정력 낭비 등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