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사람 기소, 받은 사람 불기소…'명품백' 처분 고민 커진 심우정

최재영·김건희 정반대 의견에
檢총장 취임 초부터 '진퇴양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기소 의견을 내면서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검찰이 수사심의위 권고를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최 목사에 대한 기소 의견이 갖는 정치·사회적 파장을 고려할 때 김 여사에 대한 불기소 결론을 고수하는 데 부담이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 수사팀은 전날 공개된 수사심의위 결정 내용과 기존 수사 결과를 토대로 최종 처분을 검토 중이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사건 처리 방향과 시점에 대해선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심우정 검찰총장(사진)은 취임 1주일 만에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 심 총장은 이날 국회 예방 등 일정을 수행했지만 이 사건 관련 언급은 삼갔다. 심 총장은 그간 김 여사 관련 사건에 대해 “취임 후 말씀드리겠다”며 구체적 입장 표명을 유보해왔다. 이원석 전 총장이 사건 처분에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한 사건에 대해 두 개의 수사심의위가 열리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심 총장이 공을 넘겨받았다.

수사심의위 판단대로라면 명품백을 건넨 최 목사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돼야 하고, 이를 받은 김 여사는 불기소돼야 한다. 명품백이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 있는지를 두고 두 수사심의위 판단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판단으로 무혐의 결론을 내린 수사팀에는 수사심의위의 기소 의견이 부담이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어 최 목사만 기소한다면, 공범의 일종인 대향범(상대방이 있어야 성립되는 범죄) 관계인 김 여사에 대한 불기소 처분의 설득력도 떨어질 수 있다.

이미 김 여사에 대한 ‘황제 조사’ ‘총장 패싱’ 논란이 있어 검찰로서는 여론을 무시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김 여사 특검법을 예고한 마당에 자칫 공세 수위를 높이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검찰 수뇌부의 고민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