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 소송 휘말린 비자, 주가 휘청

美직불카드 시장 독점 혐의
악재에 주가 5% 넘게 급락
세계 최대 전자결제 기업 비자가 24일(현지시간) 불법적으로 직불카드 시장을 독점했다는 혐의로 소송에 휘말려 주가가 5% 넘게 급락했다.

이날 비자 주가는 미국 뉴욕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5.49% 내린 272.78달러에 장을 마쳤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뉴욕남부연방법원에 낸 소장에서 비자가 비자 외 결제 수단을 쓰려는 가맹점에 페널티를 부과하고, 경쟁사에 돈을 줘가며 시장 진입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비자의 미국 직불카드 시장 점유율은 약 60%로 마스터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디스커버리파이낸셜서비스 등 경쟁업체를 모두 합친 것보다 높다. 이에 따른 연간 결제 처리 수수료는 70억달러(약 9조3000억원)가 넘는다. 비자는 2022년 188억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영업이익률이 64%였다. 수익성이 가장 좋은 북미 시장에선 같은 해 영업이익률이 83%에 달했다.

법무부는 비자가 금융위기 직후 제정된 도드-프랭크법에 대응하기 위해 2012년부터 이런 불법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도드-프랭크법은 경쟁을 촉발하고 상인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기 위해 카드 발급사(주로 은행)가 최소 두 개의 독자적 직불 결제망을 제공하도록 했다. 비자가 이 법으로 경쟁이 늘고 직불 결제 시장에서 지배적 입지가 흔들릴 것을 우려해 가맹점에 부담스러운 조건을 요구했다고 법무부는 주장했다.이와 함께 법무부는 비자가 애플, 페이팔, 스퀘어 등 기술 기업이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비밀리에 계약을 체결했다는 혐의도 제기했다. 뉴욕 맨해튼연방법원에 제출된 소장에는 애플이 비자와 경쟁할 수 있는 결제 기술을 개발하지 않는 대신 비자의 ‘막대한’ 독점 수익을 애플과 공유하는 비밀 계약을 맺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법무부는 비자의 독점으로 소비자가 가격 인상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비자는 경쟁 시장에서 부과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수료를 불법적으로 징수하는 권한을 축적했다”며 “비자의 불법 행위는 거의 모든 제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비자가 가맹점에 높은 수수료를 매기자 가맹점들이 이에 따른 부담을 직불카드 이용자에게 전가했다는 것이다.

이날 비자는 즉각 반발했다. 줄리 로튼버그 비자 법률고문은 “비자가 성장하는 직불 결제 시장에서 많은 경쟁자 중 하나이며, 번창하는 업체들이 있다는 현실을 (법무부가) 무시했다”며 “기업과 소비자가 비자를 선택하는 이유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 세계적 수준의 사기 방지 기능 때문”이라고 말했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법무부는 2021년 사건 조사에 들어갔다. 비자 경쟁사인 마스터카드도 지난 4월부터 법무부 조사를 받고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