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글로벌 수요 폭발…아마존·쇼피 "제품 더 달라"

e커머스 러브콜 잇따라

佛·美 주름잡는 색조시장서
티르티르 '빨간쿠션' 불티
'뷰티기기 선두주자' 에이피알
올해 매출 7000억 달할 듯
한국 상품의 해외 직접 판매(역직구) 급증은 ‘인디 브랜드’로 불리는 한국 중소 화장품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2010년대 하나둘 등장한 이들 브랜드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를 통해 저비용·고효율 마케팅에 집중해 중국 중심이던 시장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으로 확장했다. 특히 기초 화장품뿐만 아니라 색조 화장품, 미용 기기 등으로 품목을 다양화해 K뷰티 전성 시대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마존 프라임데이 휩쓸어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다음달 8~9일 ‘프라임빅딜데이’를 진행한다. 아마존의 유료 멤버십 프라임 회원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할인 행사다. 과거 한국 기업은 프라임데이에 큰 관심이 없었다.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워 ‘남의 잔치’로 여길 뿐이었다.

요즘은 아니다. 작년부터 프라임데이에 K뷰티 상품이 화장품 판매 순위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코스알엑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대표 에센스는 2022년 처음으로 ‘베스트 100’에 오른 데 이어 작년엔 뷰티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뷰티셀렉션, 브이티, 구달, 티르티르, 아누아, 달바, 조선미녀 등도 아마존 베스트셀러다.

아마존과 쇼피, 이베이재팬, 알리바바 등 글로벌 e커머스를 통한 해외 직접 판매는 최근 인디 브랜드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이들은 과거 대형 화장품 브랜드와 달리 오프라인 기반 매장을 대부분 두지 않고 있다. 백화점, 면세점 등에 입점하는 게 어려울뿐더러 입점한다고 해도 높은 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면세점은 판매가의 30% 안팎을 수수료로 받는다. CJ올리브영이 이 틈을 파고들어 ‘인디 브랜드 성지’가 됐다. 판매 수수료를 낮추고 마케팅을 지원했다. 요즘 인디 브랜드 중엔 CJ올리브영조차 거치지 않고 직접 해외 판매에 나서는 곳이 적지 않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넘버즈인과 아누아, 미국으로 직접 나간 코스알엑스 등이 대표적이다.

○색조 미용 기기 등으로 영역 확장

인디 브랜드는 과거 기초 화장품에 한정됐던 K뷰티 상품군을 색조와 미용 기기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티르티르의 ‘빨간 쿠션’이 대표적이다. 색조의 성공은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틴트, 립스틱 등이 잘 팔린 적은 간혹 있었지만 파운데이션 등 색조 화장품 부문에서 프랑스 미국 기업과의 경쟁은 버거웠다. 티르티르는 여러 인종의 피부색을 충족해주는 다양한 구색, 오랜 시간 메이크업을 유지해주는 지속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해외 인플루언서가 잇달아 호평을 내놓으면서 ‘없어서 못 파는 쿠션’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해 티르티르 매출은 전년 대비 39% 증가한 1700억원에 육박했다.

에이피알 역시 K뷰티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뷰티 기기를 판매해 지난해 매출 5200억원을 달성했다. 창업 10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이 중 절반가량이 수출이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7000억원에 달한다.중국 일변도이던 수출 지역을 미국, 일본 등으로 확대한 것도 성과를 거둔 비결이다. 2010년대 K뷰티 인기는 한류 바람을 타고 중국에서 수요가 폭발한 게 요인이었다. 중국인은 면세점에서 주로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LG생활건강 ‘후’ 등을 쓸어담았다.

최근에는 중국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미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역직구 시장만 보면 일본 비중이 33.7%(올해 1~8월 기준)로 가장 높다. 이베이재팬이 운영하는 큐텐재팬에선 K뷰티가 화장품 판매 상위를 휩쓸고 있다. 일본 내 수입 화장품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미국이 26.5%로 뒤를 이었고 중국은 14.8%에 그쳤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