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을 뒤집었다"…美 '아마존 프라임데이' 휩쓴 한국 제품이

K뷰티 글로벌 흥행몰이
역직구 2.4조원 '신기록'

1년 만에 24% '급팽창'
중소 화장품 브랜드 제품
아마존 등서 판매 불티
글로벌 K뷰티 열풍에 힘입어 한국 상품의 해외 직접 판매(역직구)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특히 ‘인디 브랜드’ 제품이 아마존 등에서 불티나게 팔리며 글로벌 e커머스 업체 간 K뷰티 판매자(셀러) 유치전이 가열되고 있다.
25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해외 역직구 금액은 17억6700만달러(약 2조35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5% 증가했다. 역직구 건수도 24.8% 늘어난 약 3658만 건에 달했다. 해외 역직구액은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2019년 5억6300만달러에서 2020년 11억1900만달러로 두 배로 뛰었고, 2022년에는 20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는 25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역직구액 중 K뷰티 비중은 글로벌 e커머스 업체에 따라 60~80%에 달한다. 아마존, 이베이, 쇼피에서 판매하는 K뷰티 제품이 역직구 통계로 잡히는 것이다. 과거 K뷰티가 대기업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였다면, 최근에는 중소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해외 소비자의 수요가 급증하자 K뷰티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한 글로벌 e커머스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아마존은 다음달 ‘프라임 빅딜 데이’에서 K뷰티 상품을 대폭 늘려 선보일 예정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역직구 전용관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을 곧 시작한다. 입점 업체에 5년간 수수료를 면제하는 파격적 조건을 내걸었다.

글로벌 K뷰티 훈풍은 미샤와 토니모리 등 이른바 ‘1세대 로드숍’ 브랜드의 부활로 이어지고 있다. 2010년대 말부터 침체를 겪은 이들 브랜드는 해외시장 성과에 힘입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K뷰티, 글로벌 수요 폭발…아마존·쇼피 "제품 더 달라"
코스알엑스·아누아·구달 등 中 넘어 美·日까지 사로잡아

한국 상품의 해외 직접 판매(역직구) 급증은 ‘인디 브랜드’로 불리는 한국 중소 화장품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2010년대 하나둘 등장한 이들 브랜드는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를 통해 저비용·고효율 마케팅에 집중해 중국 중심이던 시장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으로 확장했다. 특히 기초 화장품뿐만 아니라 색조 화장품, 미용 기기 등으로 품목을 다양화해 K뷰티 전성 시대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마존 프라임데이 휩쓸어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다음달 8~9일 ‘프라임빅딜데이’를 진행한다. 아마존의 유료 멤버십 프라임 회원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할인 행사다. 과거 한국 기업은 프라임데이에 큰 관심이 없었다.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워 ‘남의 잔치’로 여길 뿐이었다.

요즘은 아니다. 작년부터 프라임데이에 K뷰티 상품이 화장품 판매 순위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코스알엑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대표 에센스는 2022년 처음으로 ‘베스트 100’에 오른 데 이어 작년엔 뷰티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뷰티셀렉션, 브이티, 구달, 티르티르, 아누아, 달바, 조선미녀 등도 아마존 베스트셀러다.아마존과 쇼피, 이베이재팬, 알리바바 등 글로벌 e커머스를 통한 해외 직접 판매는 최근 인디 브랜드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이들은 과거 대형 화장품 브랜드와 달리 오프라인 기반 매장을 대부분 두지 않고 있다. 백화점, 면세점 등에 입점하는 게 어려울뿐더러 입점한다고 해도 높은 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면세점은 판매가의 30% 안팎을 수수료로 받는다. CJ올리브영이 이 틈을 파고들어 ‘인디 브랜드 성지’가 됐다. 판매 수수료를 낮추고 마케팅을 지원했다. 요즘 인디 브랜드 중엔 CJ올리브영조차 거치지 않고 직접 해외 판매에 나서는 곳이 적지 않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넘버즈인과 아누아, 미국으로 직접 나간 코스알엑스 등이 대표적이다.

○색조 미용 기기 등으로 영역 확장

인디 브랜드는 과거 기초 화장품에 한정됐던 K뷰티 상품군을 색조와 미용 기기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티르티르의 ‘빨간 쿠션’이 대표적이다. 색조의 성공은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틴트, 립스틱 등이 잘 팔린 적은 간혹 있었지만 파운데이션 등 색조 화장품 부문에서 프랑스 미국 기업과의 경쟁은 버거웠다. 티르티르는 여러 인종의 피부색을 충족해주는 다양한 구색, 오랜 시간 메이크업을 유지해주는 지속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해외 인플루언서가 잇달아 호평을 내놓으면서 ‘없어서 못 파는 쿠션’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해 티르티르 매출은 전년 대비 39% 증가한 1700억원에 육박했다.에이피알 역시 K뷰티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뷰티 기기를 판매해 지난해 매출 5200억원을 달성했다. 창업 10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이 중 절반가량이 수출이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7000억원에 달한다.

중국 일변도이던 수출 지역을 미국, 일본 등으로 확대한 것도 성과를 거둔 비결이다. 2010년대 K뷰티 인기는 한류 바람을 타고 중국에서 수요가 폭발한 게 요인이었다. 중국인은 면세점에서 주로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LG생활건강 ‘후’ 등을 쓸어담았다.

최근에는 중국 수요가 줄어드는 대신 미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역직구 시장만 보면 일본 비중이 33%(올해 1~8월 기준)로 가장 높다. 이베이재팬이 운영하는 큐텐재팬에선 K뷰티가 화장품 판매 상위를 휩쓸고 있다. 일본 내 수입 화장품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미국이 26.5%로 뒤를 이었고 중국은 14.8%에 그쳤다.

안재광/이선아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