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사고 오마카세 자랑 지겨워"…이젠 '아보하'가 뜬다 [김세린의 트렌드랩]

15회

소비 트렌드 전문가 김난도 서울대 교수
'트렌드코리아 2025' 키워드 10개 발표

"SNS 과시 지쳐"…소확행 저물고 '#아보하'
"잡식성 소비 늘어…'옴니보어 소비'가 뜬다"
이유있는 '푸바오 신드롬'…'무해력'은 강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

소비 트렌드 전문가인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꼽은 내년 트렌드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트렌드코리아 2025>를 펴낸 김 교수는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개념이 확산하면서 본질을 잃고 과도하게 피로해졌다. 명품을 사고 오마카세를 가는 것까지 소확행으로 표현되기도 한다”면서도 “요새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려는 경향이 짙어졌다. #아보하는 행복을 자랑하고 과시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부터 탈피하고 싶어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애초 소확행은 소소한 소비라는 취지를 담고 있었지만,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와 같은 의미로 변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입니다. 김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줄기차게 올라오는 소확행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젊은 세대의 행복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아보하는 소확행의 의미가 변질하면서 나온 대안 키워드입니다. ‘보통의 하루를 보낼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고 여기는 삶의 태도가 사회 전반에 퍼졌다는 것입니다.

매년 다음 한 해의 소비 흐름을 제시해 온 김 교수팀은 내년 주요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옴니보어’를 제시했습니다. 옴니보어 소비자는 주어진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개성과 관심에 따라 자신만의 소비 스타일을 가진 이들을 말합니다. ‘주말에 명품 쇼핑 대신 다이소에 가는 천억 자산가’와 같이 자신이 속한 집단의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것이죠. 트렌드코리아는 “잡식성 소비와 취향의 무한 진화, 집단의 경계가 사라지고 개인의 취향이 더욱 또렷해지는 옴니보어 소비자가 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무해력'을 대표하는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 사진=에이컴즈,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또 다른 주요 키워드로는 ‘무해력’을 꼽았습니다. 무해력은 ‘해를 주지 않는 것들이 힘을 가진다’는 뜻입니다. '귀여움' 하나만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 작은 미니어처와 대충 그린 듯한 캐릭터 등이 사랑받는 것과 관계가 깊습니다. 김 교수는 “갈등 요소가 많은 사회에서 무해함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다”면서 “작고 귀엽고 순수한 것들이 사랑받는다는 의미에서 무해력에 집중했다”고 말했습니다.업계가 주목할 만한 트렌드로는 ‘토핑경제’가 있습니다. 토핑경제는 본체보다 액세서리 같은 토핑이 더 주목받는 것을 말합니다. 동일한 상품이더라도 타인과 다름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생긴 트렌드입니다. 올 한 해에는 ‘신꾸’(신발 꾸미기), ‘백꾸’ 등 꾸미기 트렌드가 확산했는데요. 김 교수는 “신꾸 열풍에 신발 크록스에 다는 지비츠(액세서리)가 크록스의 매출을 견인하기에 이르렀다”며 “지하철에서도 루이비통 명품백에 2000원짜리 인형을 단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경기 침체 속에서 기술과 기후 등 요소들이 변화함에 따라 생긴 트렌드도 있습니다. 여러 목표보단 한가지 목표를 세워 실천하는 자기 계발 패러다임인 ‘원포인트업’,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실적인 대응책을 모색해나간다는 뜻의 ‘기후 감수성’, 기술에 인간의 얼굴을 입히기 위한 움직임을 담은 ‘페이스테크’ 등에 해당합니다.

이외에도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5%에 육박하면서 한국이 다문화 국가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의 ‘그라이데션K’, 만질 수 있는 물성을 추구하는 현상인 ‘물성매력’, 경쟁자와의 공생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전략인 ‘공진화 전략’이 내년 주요 트렌드 워드로 꼽혔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5'를 출간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교수는 “많은 애널리스트가 지금의 답답한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경제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며 “이처럼 경기가 지지부진할 때는 작은 것들, 현재지향적인 태도 등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을 2025 트렌드 키워드에 반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올해 고금리와 고물가가 시장의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얼었고 소비자들이 “현재의 행복을 위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고 외치는 ‘욜로족’아 아닌, “꼭 필요한 것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요노족’이 되고 있다고도 짚었습니다.

최근엔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이 찾는 트렌드는 빠르게 변합니다. ‘왜 이걸 먹고, 찾고, 즐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젊은 문화. 유통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즐기는 것들이 기업 마케팅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깁니다. 다양한 트렌드를 다루고 연구하는 김세린의 트렌드랩(실험실)에서는 ‘요즘 뜨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