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녹색프리미엄 '헐값 친환경' 전락…4년째 하한가 판매

삼성전자·SK하이닉스, 2년전보다 5배 많은 녹색프리미엄 사들여
한전, 물량 조절 실패로 하한가인 KWh 당 10원에 판매
현대제철, 전력 다소비 기업 중 유일하게 녹색프리미엄 구매 않아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며 수출 기업들의 탄소 중립 에너지로의 전환은 불가피한 숙제가 됐습니다.국내 기업들은 한국전력이 판매하는 녹색프리미엄을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는데, 너무 낮은 가격으로 인해 헐값 친환경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효성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한국전력으로부터 입수한 '전력소비 상위 30대 기업의 녹색프리미엄 구매 현황' 자료입니다.

'녹색프리미엄'이란 한국전력이 생산한 친환경 에너지를 기업들에게 웃돈(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제도입니다.

구매 기업들은 녹색프리미엄을 구매하면 재생 에너지를 사용했다는 확인서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RE100 같은 환경 인증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실제 주요 수출기업들은 녹색프리미엄 구매량을 늘리는 추세입니다.

삼성전자는 2021년 492기가와트시(GWh)에서 지난해 2762GWh까지 녹색 프리미엄 구매량을 늘렸고, 올해 상반기에도 776GWh어치를 사들였습니다.

SK하이닉스도 2021년 208GWh에서 지난해 1166GWh로 구매량을 늘렸습니다.현대제철은 전력소비 상위 5대 기업 중 유일하게 녹색프리미엄을 구매하지 않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구매 계획을 세워두지 않은 상태입니다.

전력 소비 상위 30대 기업의 상반기 녹색프리미엄 구매량은 2272GWh로 3년 전(441GWh)보다 5배 넘게 늘었습니다.

실제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요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녹색프리미엄을 핵심적인 친환경 에너지 확보 수단으로 꼽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녹색프리미엄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판매단가는 낮은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한전은 입찰을 통해 녹색프리미엄을 판매하는데, 친환경 에너지 물량을 과도하게 많이 내놓다보니 하한가(KWh 당 10원)로 판매가가 정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전력소비 상위 30대 기업 중 녹색프리미엄을 구매한 기업(8곳)들은 모두 하한가인 KWh 당 10원에 녹색프리미엄을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한전의 산업용 전력 판매단가가 KWh 당 150원 수준인데, 6.6% 정도의 추가금만 지출하면 재생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셈입니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 단가가 화석연료 발전 단가보다 1.5배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비싼 에너지원을 헐값에 공급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한국전력의 누적 부채가 202조원 규모에 달하는 만큼, 녹색프리미엄 판매 물량과 단가를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
전효성기자 zeo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