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75만원으로

'쩐의 전쟁' 2라운드 돌입

주가, 기존 매수가 넘자 전격 상향
영풍서 3000억 실탄 마련

고려아연, 23년 만에 CP 발행
4000억 자금 확보 맞대응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26일 고려아연 공개매수 단가를 기존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10% 이상 끌어올린다. 지난 13일 공개매수 계획을 밝힌 후 고려아연 주가가 70만원 안팎을 오가며 공개매수 가격을 웃돌자 매수 가격을 인상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25일 MBK파트너스와 영풍 등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26일 주식시장 개장 전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하는 내용의 정정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다. 공개매수 가격은 기존 주당 66만원보다 13.6% 높은 75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매수 계획을 밝히기 직전인 12일 종가(55만6000원)에 비해선 약 35% 비싼 수준이다.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은 기존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25% 높아졌다. 이날 영풍정밀 종가(2만2750원)보다 약 10%, 12일 종가(9370원)와 비교하면 2.7배 높은 수준이다.

영풍은 이날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회사(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에 3000억원을 대여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위한 자금 대여 성격”이라며 “구체적인 대여 액수는 상대방의 인출 요청에 따라 정해진다”고 말했다.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최대 14.6%를 매입할 계획이다. 공개매수에 투입하는 금액은 최대 2조2686억원으로 예상된다. 국내 공개매수 역사상 최대 규모다. MBK파트너스가 26일 공개매수 정정 공시를 할 경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대항 공개매수 등으로 대응할 수 있는 날짜는 다음달 4일까지 5거래일이 남는다.

최 회장 측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날 기업어음(CP)을 발행해 4000억원을 조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4일엔 산업통상자원부에 회사가 보유한 2차전지 소재인 전구체 가공 기술에 관한 국가 핵심 기술 판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가 핵심 기술 보유 기업이 되면 정부 승인을 받아야만 외국 기업에 매각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국가 핵심 기술 보유 기업이 되면 MBK파트너스가 추후 회사를 재매각할 때 국내에서만 매수자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매각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김우섭/김익환/차준호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