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길 잘했어요"…1시간 넘게 기다린 20대도 반한 'AI 자판기' [현장+]

'AI 디퓨저 자판기' 서울 상륙
"당신 차에 어울리는 향기는"

차량 종류 등에 따라 '카 디퓨저' 내놓는 자판기
아모레퍼시픽·헤이딜러 '콜라보' 팝업서 등장해
차량 번호만 입력하면 AI가 직접 골라 무료 제공
"뻔한 경험서 한 단계 더…'펀슈머' 취향 저격"
26일 서울 성수동 '내 차 조향소' 팝업 스토어 / 사진=성진우 기자
"(타고 계신 차량은) 2021년식 현대 '코나'시네요. 어울리는 디퓨저 향은 '아쿠아 오션'(Aqua Ocean)입니다."

26일 서울 성수동에 설치된 차량용 디퓨저 자판기 '내 차 조향소'를 찾은 김새봄(26) 씨가 화면에 차량 번호를 입력하자 이 같은 문구가 나왔다. 그는 기계 하단에서 디퓨저 제품을 꺼내자마자 향기를 맡으며 "자판기가 과연 어떤 향의 디퓨저를 줄지 궁금했다. 평소 강한 향보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을 더 선호하는데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제주에서 열린 팝업 스토어에서 첫선을 보인 디퓨저 자판기가 서울에 상륙했다. 차량 번호만 입력하면 인공지능(AI)이 차종과 연식에 맞춘 차량용 디퓨저를 제공해주는 방식이 눈길을 끈다. 펀슈머(재미를 중요 가치로 두는 소비자)에게 제대로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량에 어울리는 향기를 골라준다"…이목 끄는 'AI 자판기'

26일 서울 성수동 '내 차 조향소' 팝업 스토어 / 사진=성진우 기자
화장품 제조사인 아모레퍼시픽과 중고차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업체 헤이딜러가 협업한 '내 차 조향소' 팝업 스토어는 이달 중순께 제주에서 처음으로 진행됐다. 'AI 자판기'로 디퓨저를 뽑는다는 콘셉트가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 24일부턴 서울 성수동으로 장소를 옮겼다.이날 성수동 '내 차 조향소' 앞은 그 인기를 실감하듯 오전 11시께 예약팀이 25팀을 넘어섰다. 대기 시간만 2시간에 가까웠다. 흐린 날씨에 비 소식이 있었지만, 자판기를 이용해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자판기 사용 방식은 간단하다. 자판기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에 차량 번호를 입력하면 곧바로 차량 연식과 차종이 뜬다. 이후 휴대폰 번호를 인증하면 자판기가 차량에 맞게 추천한 디퓨저 제품이 하단에 있는 칸으로 떨어진다. 제품 포장 박스엔 차량 번호도 각인된다. 모든 과정은 무료로, 차량당 한 번씩만 자판기를 이용할 수 있다.

향은 '퍼즐 우드'(Puzzle Wood), '오키드 가든'(Orchid Garden), 피오니 블룸(Peony Bloom), 아쿠아 오션' 총 4종이다. 기자가 입력한 차량 번호(2014년식 현대 '아반떼')에 맞는 디퓨저는 퍼즐 우드로, 포장 박스를 열자마자 시트러스한 향이 풍겼다.
26일 서울 성수동 '내 차 조향소'의 AI 자판기를 이용해보는 방문자들 / 사진=성진우 기자
남자친구와 함께 팝업 스토어를 찾은 20대 대학생 이모 씨는 "사람도 자신에게 맞는 '퍼스널 퍼퓸'을 찾는다고 하지 않나. 차량에도 어울리는 향기를 골라준다는 개념이 재미있다"며 "예약해놓고 1시간 이상 기다렸는데 오길 잘한 것 같다"고 했다.

향기를 추천하는 AI 원리에 대해선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무작위로 아무 향이나 추천하는 것 아니냐'고 하시는 분도 있지만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차종, 연식, 색상을 조합하는 식으로 디퓨저가 추천된다고 보면 된다"며 "AI 로직을 설계한 업체와 맺은 계약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내 차 조향소' 자판기에 차량 번호를 넣자 곧바로 차종과 연식이 조회되는 모습(왼쪽)과 실제로 뽑은 디퓨저 제품 / 사진=성진우 기자
성수동 직장인인 최지연(33) 씨는 "자판기가 설치된 거리는 이런저런 팝업 스토어가 많이 열리는 곳이다. 지금 진행 중인 팝업 스토어 중에선 내 차 조향소가 가장 특이한 것 같다"며 "특히 자판기에 전등이 켜지는 저녁엔 느낌이 또 확 다르다"고 말했다.현장 관계자는 "성수동에 자판기를 설치한 뒤 매일 200~230개의 디퓨저 제품이 소진되고 있다. 제주에서보다 더 반응이 뜨겁다"며 "자판기에 넣을 수 있는 물량이 180개인데 오늘도 오후 1시께 벌써 다 떨어져 다시 재고를 채워 넣었다"고 말했다.
저녁 시간대에 내부 전등이 켜진 '내 차 조향소' /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재밌고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펀슈머'들도 이제 단순한 전시와 뻔한 체험 행사만 담은 팝업 스토어에 흥미를 잃고 있다"며 "차랑용 디퓨저 자판기를 활용한 팝업스토어는 방문자 각자에 '커스터마이징'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내 차 조향소' 팝업스토어는 오는 29일 성수동에서 철수한 뒤, 이튿날부터 강남, 북촌, 광화문 등 서울 시내에서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 이후 부산, 광주 등 전국 도시에서도 운영한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