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 통계의 역습'에 대응하는 댐 관리

송창근 인천대 안전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기후변화는 전 세계가 직면한 큰 도전이다. 그 영향은 우리가 평소에 의존하던 통계적 모델과 예측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물리적 인프라 중 댐과 같은 수자원 관리 시설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전통적으로 학자들은 특정 지역의 홍수 위험을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해 ‘100년에 한 번 발생할 정도’와 같은 통계적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해당 지역의 기후와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십 년 간격의 극단적인 사건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획득한 데이터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 도구가 된다.

하지만 최근의 관측 결과는 기존의 통계적 기준이 기후변화로 효용이 다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섬진강댐은 건설 당시 100년에 한 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던 홍수량이 2010년 이후 2회 초과해 유입됐다. 남강댐은 200년에 한 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던 홍수량이 최근 45년간 6회나 초과했다.이런 통계의 역습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첫째, 홍수에 대한 준비와 대응이 부족해질 수 있다. 전통적인 기준에 의존해온 하천과 제방은 급격한 물 환경 변화를 감당할 수 없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둘째, 인프라의 한계다. 통계적 예측에 의존한 인프라 설계와 정책이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특히 노후화된 댐이나 배수 시스템은 기후변화로 커지는 홍수 위험에 역부족이다. 올해 3월 발표된 댐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15m가 넘는 대규모 댐이 총 150개소이다. 기후 위기를 고려하면 안전한 댐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지방자치단체 용수전용댐은 통계의 역습에 더 취약할 수 있다. 건설된 지 30년이 경과된 시설로 기후변화의 요인이 고려되지 않았다. 총 92개소의 절반 정도가 이미 노후화됐다. 제한된 예산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기본적인 대응체계도 갖추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댐의 영향을 받는 하류 거주 인구가 170만 명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홍수 발생 시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최신 댐 관리 기술을 도입해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운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동시에 댐 구조 개선과 정기적인 점검, 보수를 통해 댐 노후화에 대비하는 것도 시급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재정 지원, 전문성 확보, 시설물 현대화 등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용수전용댐의 안전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국내 댐들은 기존 산업화 시대를 기준으로 건설됐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통계의 역습을 이해하고 장기적인 계획과 실행으로 댐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지자체 용수전용댐 관리 개선은 변화에 대응하는 첫걸음이다. 지금이야말로 국가와 지자체가 협력해 현재 인프라의 한계를 넘기 위한 준비와 실행에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