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마타 "독창적인 광고, 인공지능 아닌 감성지능에서 나오죠"

Zoom In - 가브리엘 마타 이노션 유럽법인 CCO

국경없는기자회 공익광고로
칸 국제광고제 최고상 '그랑프리'

"AI는 학습해야 결과물 내놔
모든 건 사람의 손에서 빚어져"
국경없는기자회 공익광고 ‘최초의 연설(The First Speech)’을 기획한 가브리엘 마타 이노션 유럽법인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 /이노션 제공
‘광고맨’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가 있다. 매년 6월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서 열리는 ‘칸 라이언즈 국제광고제’다. 세계적 권위를 지닌 칸 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처럼 그해 출품된 각국 공익·상업 광고들이 최고상인 ‘그랑프리’를 위해 다툰다. 후보작 중 그랑프리를 받을 만한 작품이 없다고 생각하면 아예 상을 주지 않을 정도로 기준이 까다롭다.

올해 이노션이 창립 이후 최초로 그랑프리를 거머쥐었다. 일등공신은 가브리엘 마타 이노션 유럽법인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 디디비(DDB) 등 글로벌 광고사를 거쳐 2018년 이노션에 합류했다. 마타 CCO는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이 모든 산업을 휩쓸고 있지만 창의성은 AI가 아닌 감성지능의 영역”이라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힘을 믿는다”고 강조했다.이노션에 그랑프리를 안겨준 건 마타 CCO가 국경없는기자회와 공동 기획한 공익광고 ‘최초의 연설(The First Speech)’이다. 러시아, 베네수엘라, 튀르키예 등에서 부패한 정치인이 했던 첫 대중 연설과 함께 ‘아름다운 말이 아닌, 자유로운 언론을 믿으세요’라는 카피가 천천히 떠오른다. 이를 통해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타 CCO는 “광고 캠페인을 진행할 땐 반드시 자신이 공감하는 철학을 위해 일해야 한다”며 “우리도, 고객도 언제나 굳게 믿는 게 있다면 바로 ‘언론의 자유’”라고 말했다.

그가 일할 때 가장 강조하는 건 ‘창의성’이다. “어떤 아이디어가 베스트인지 판단할 때 세 가지를 묻습니다. 독창적인가, 정교하고 완벽하게 다듬어졌는가, 의미를 담고 있는가. 이 질문을 모두 통과한 창의적 아이디어야말로 파괴적인 힘이 있고, 이를 굳게 밀고 나가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조직이 무적이 될 수 있습니다.”

마타 CCO는 이노션 유럽법인이 제작한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N’ 광고를 예시로 들었다. 주행 장면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적인 자동차 출시 광고와 달리, 신경과학자들과 함께 광고를 제작했다. 유럽에서 가장 어두운 도시로 꼽히는 노르웨이 리우칸엔 우울증과 같은 ‘계절성 정서 장애’ 환자가 많은데, 아이오닉 5N을 고속 운전하면서 나타나는 신체적·신경학적 변화로 이를 치료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과학실험을 통해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아이오닉 5N의 가치와 기술을 전달했다”고 했다.생성형 AI가 광고업계를 휩쓸고 있지만, 창의성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라는 게 마타 CCO의 생각이다. 그는 “AI 덕분에 우리는 어떤 분야든 백지상태에서 출발할 필요가 없게 됐지만, AI는 결국 과거 데이터를 학습해야만 결과물을 내놓는 큐레이터의 역할일 뿐”이라며 “가장 중요한 독창성은 인공이 아닌 감성지능에서 태어나고, 여전히 우리의 작업은 사람의 손에서 빚어진다는 사실을 절대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