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지수' 싸늘한 반응에…거래소 "연내 구성종목 변경 검토"

거래소, 24일 출범 밸류업지수 긴급 브리핑
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거래소 서울사무소 기자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밸류업지수에 대한 비판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가 지난 24일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이하 밸류업 지수)에 대해 증권가에서 혹평이 인 가운데 구성종목을 내년 정기 변경에 앞서 연내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취지로 출범한 지수임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에 인색한 기업이 다수 편입됐다는 증권가 안팎의 비판에 대해선 "주주환원 규모가 종목 선정에 있어 절대적 고려 요소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양태영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부이사장)은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밸류업 지수 운영에 대해 "각계 전문가 의견과 향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추이 등을 감안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양 본부장은 향후 밸류업 지수 구성종목 변경 시 업종별 구성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24일 밸류업 지수 발표 당시 매년 6월에 구성종목을 정기변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식시장 안팎에서는 밸류업 지수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빗발치는 것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했다. 거래소는 이날 언론에서 제기된 밸류업 지수 편입종목 선정 방식에 대한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양 본부장은 우선 주주환원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했는지를 배재하고 최근 2년간 시행 여부만 따진 데 대해 "주주환원 규모가 종목 선정에 있어서 절대적 고려 요소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환원 규모만을 선정기준으로 하는 경우 배당보다는 미래 사업 투자 등을 통한 기업가치 성장이 중요한 고성장 기업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해당 비판이 제기된 배경에 대해 양 본부장은 "시장에서 기대한 '저평가 고배당주'란 콘셉트와 거래소가 설정한 '시장 대표지수' 콘셉트의 차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양 본부장은 밸류업 지수 개발 목적에 대해 "다양한 질적 지표가 우수한 시장 및 업종 대표 기업들로 지수를 구성해 이들 기업을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시켜 한국 증시 전반의 기업가치가 제고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입 종목 기준에 주가순자산비율(PBR) 상위 50% 이상이라는 조건을 설정한 데 대해 '고평가 기업들이 지수에 편입된 반면,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되는 종목들은 빠졌다'는 비판에 대한 반박이다.

증시 안팎에서는 밸류업 지수 구성종목이 발표된 뒤 특정 종목의 편입 여부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저PBR주이자 밸류업 수혜주로 꼽히던 KB금융, 하나금융지주 등이 빠진 점이다. 아울러 거래소가 밝힌 선정 기준에는 부합되지 않는 SK하이닉스가 편입된 바 있다.SK하이닉스에 대해 양 본부장은 "시장 대표지수로서 지수의 연속성 및 안정성 유지를 위해 지수 영향도가 큰 종목에 대해 특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SK하이닉스의 경우 산업 및 시장 대표성, 지수 내 비중, 최근 실적 및 향후 실적 전망치, 업계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수 잔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이 빠진 데 대해서는 자기자본수익률(ROE) 기준에 미달했다고 밝히면서도 세부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이부연 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보(상무)는 "KB금융의 ROE 순위비율은 업종 내에서 50% 미만이었다"며 "밸류업 공시를 해 특례편입된 다른 금융사들로 인해 KB금융이 밀려난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밸류업 지수가 기존 대표지수와 차별성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밸류업 지수만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질적 요건을 도입해 시총 상위기업이라도 배재될 수 있는 차별성이 반영됐다"고 적극 반박에 나섰다. 실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시총 상위 100개 종목 중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종목은 32개 뿐이다. 코스피200지수 편입 종목 중에서는 56개가, 코스닥150지수 편입 종목 중에서는 11개가 각각 밸류업 지수에 편입됐다.양 본부장은 "개별 종목의 지수 내 비중 상한을 15%로 제한해 기존 대표지수와의 상관계수도 줄였다"며 "향후 밸류업 지수 운영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시장과 소통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