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보폭 넓히는 현대차그룹, 전구체 없는 양극재 기술 개발

현대제철·에코프로비엠과 협력
성공 땐 배터리 생산비용 절감
中 장악한 공급망서 벗어날 듯
현대자동차·기아가 미래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구체 없이 양극재를 합성하는 기술 개발에 나선다. 이 기술을 갖게 되면 배터리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국산 전구체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현대제철, 에코프로비엠과 함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극재 기술 개발 과제에 착수한다고 26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이번 과제는 완성차, 2차전지, 제철 등 각각 다른 산업이 배터리 소재 분야 기술 개발에 힘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동 연구는 4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목표는 LFP 배터리 양극재를 제조할 때 전구체 없이 직접 재료를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LFP 배터리의 양극재는 인산염, 황산철 등을 합성한 전구체에 리튬을 첨가해 생산한다. 인산, 철 분말, 리튬을 동시에 조합하는 직접 합성법 기술을 완성하면 전구체를 만드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전구체는 제조 과정에서 전기를 많이 쓸 뿐 아니라 환경도 오염시킨다.

배터리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LFP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전구체 공정은 양극재 생산 원가의 60~70%를 차지한다.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의 90%를 장악한 전구체 공급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LG화학 등 국내외 배터리 업체도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직접 합성법으로 양극재를 제조하려면 불순물이 없는 원료부터 확보해야 한다. 현대차·기아는 이를 위해 현대제철과 함께 국내 재활용 철을 가공한 고순도 미세 철 분말 공정 기술을 개발한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를 활용해 직접 합성 LFP 양극재 개발에 나선다. 이렇게 만든 LFP 양극재가 저온에서 우수한 충전방전 성능을 갖고, 급속 충전 기술도 갖추도록 한다는 게 이들 기업의 목표다.현대차·기아 관계자는 “향후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배터리 기술 개발과 효과적인 공급망 구축이 필수”라며 “이번 과제를 통해 원자재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필요 기술을 내재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정은/김형규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