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푸틴의 서방 핵공격 협박, 김정은 핵 야욕 자극할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교리’(독트린)를 개정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은 여간 우려스럽지 않다. 비핵보유국이 재래식 무기를 쓰더라도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모두에 핵무기로 반격하겠다는 게 골자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 지원을 검토 중인데, 승인 땐 핵 보복을 감수하라는 것이다. 전투기와 순항 미사일, 드론 등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려는 정보가 감지돼도 핵 사용이 고려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푸틴의 핵 위협을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단순 경고 차원으로만 볼 수 없다. 그는 이미 핵무기 통제 조약인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고,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했으며, 핵 타격 훈련도 수차례 실시했다. 푸틴은 핵전쟁 가능성을 공언했고, 그의 측근은 전략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반을 넘어가면서 본토까지 공격당해 전쟁 피로감만 높아졌다. 푸틴은 재래식 무기로는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를 패배시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게 핵 실전의 마지막 수순인 핵 교리 개정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전술핵을 사용할 뻔했다는 미국 정보 수장의 발언도 나온 마당이어서 핵 위험 수위가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후 수단인 핵을 쉽사리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독재자가 궁지에 몰리면 어떤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다.

푸틴의 핵 위협 발언은 김정은을 더 자극할 것이다. 푸틴은 지난 3월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을 두둔했다. 푸틴과 김정은은 한쪽이 공격당하면 자동 개입한다는 동맹 조약도 맺었다. 재래식 무기 거래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 최대 핵보유국인 러시아라는 ‘뒷배’는 ‘핵무력 동원 남조선 평정’을 공언한 김정은의 핵 야욕을 더 부추길 것이다.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시설 공개, 임박한 7차 핵실험은 더 큰 도발을 위한 준비다. 고도의 경각심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