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할 말 많다"…'흑백요리사' 뜨길래 주식 샀더니 '잭팟'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화제
SLL중앙 모회사 콘텐트리중앙, 수혜주로 거론
제작사 스튜디오슬램, SLL중앙 관계사
"스튜디오슬램이 콘텐트리중앙 실적 영향 크지 않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 안성재 셰프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연출 김학민, 김은지)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변성현 기자
넷플릭스 요리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연일 화제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관련 수혜주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앞서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오징어 게임'처럼 흑백요리사가 상승가도를 달리면 관련주에도 불이 붙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26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흑백요리사는 공개 첫 주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리즈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6~22일 기록한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재생 시간으로 나눈 값)는 380만을 기록했다. 흑백요리사는 지난 24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공개한 주간 화제성 순위에서도 TV·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통틀어 1위에 올랐다. 백종원 대표가 '할 말 진짜 많다'는 소개글과 함께 올린 유튜브 영상은 게시 5일 만에 조회수 500만회를 돌파했다.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는 '흑백요리사' 관련주로 콘텐트리중앙이 언급된다. 콘텐트리중앙의 비상장 자회사 에스엘엘중앙(SLL중앙)이 흑백요리사의 제작사인 스튜디오슬램에 투자한 덕이다. SLL중앙은 흑백요리사뿐 아니라 과거 '싱어게인', '크라임씬'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슬램 지분 23.08%를 보유하고 있다. 단순투자 목적으로 2021년 9월30일 최초 취득했고 지분 취득가는 28억2000만원, 현재 장부가액은 38억원 수준이다.

흑백요리사의 화제성은 주가에도 반향을 일으켰다. 콘텐트리중앙은 흑백요리사 공개 후 첫 거래일인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해당 기간 9000원대 중반이던 주가는 1만1000원 수준으로 16%가량 뛰었다.

다만 흑백요리사의 성과가 콘텐트리중앙에 온전히 반영되긴 어려운 점은 유의해야 한다. 스튜디오슬램은 SLL중앙의 자회사가 아닌 관계기업이다. 따라서 SLL중앙은 스튜디오슬램의 실적을 연결 회계로 반영할 수 없다. 지분법 이익으로 순이익을 '지분율' 만큼만 반영한다. 지분법손익은 20% 이상 50% 이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손익을 투자한 기업 재무제표에 지분율만큼 이익과 손실로 반영하는 개념이다.따라서 흑백요리사의 흥행이 SLL중앙과 콘텐트리중앙의 단기 실적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긴 어렵다. SLL중앙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스튜디오슬램은 지난해 연간 8억원 수준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투자에 앞서 콘텐츠 흥행이 실적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당부다.

SLL중앙 관계자는 "사업보고서 공시 후 스튜디오슬램이 법인세 신고 등을 거쳐 재무제표를 변경, 지난해 13억원 순이익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스튜디오슬램에 대한 지분 확대 계획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투자자 사이에서는 현재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고 있는 더본코리아도 흑백요리사 관련주로 거론되고 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흑백요리사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이 같이 콘텐츠 흥행이 주가 급등으로 이어진 선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드라마 방송 전 주가가 1만6000원대까지 하락했지만,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2배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2021년 넷플릭스 웹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흥행 가도를 달릴 때는 쇼박스, 버킷스튜디오, 덱스터의 주가가 들썩였다. 쇼박스는 오징어 게임 제작사 싸이런픽처스에 투자했다는 이유로, 버킷스튜디오는 오징어 게임 주연 배우인 이정재의 소속사가 지분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관련주로 묶였다. 덱스터는 자회사 라이브톤이 오징어게임 음향 효과를 담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덕에 관련주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이 흥행에 성공했을 때도 콘텐트리중앙은 주목받았다. 수리남 제작을 맡은 퍼펙트스톰필름은 비상장사로 콘텐트리중앙이 SLL중앙을 통해 지분을 100% 보유하여 간접 지배했기 때문이다.다만 콘텐츠 수혜주로 분류됐던 종목의 상승세가 오래가지 않은 점은 주의해야 한다. 현재 에이스토리, 쇼박스, 덱스터 모두 흥행 당시 기록했던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버킷스튜디오는 경영진의 배임·횡령 혐의, 감사의견 거절 등의 이유로 작년 3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콘텐트리중앙도 전날 8% 넘게 하락하며 조정받았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