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제피렐리의 투란도트, 다음달 한국 무대서 즐긴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의 투란도트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한국 무대에 오른다.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이 내한 공연을 한 것은 이들의 100년 역사상 처음이다.

아레나 디 베로나의 투란도트 프로덕션은 올리비아 핫세가 등장했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68)을 만든 세계적 영화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1923~2019)의 버전이다. 이번 무대 연출을 맡은 스테파노 트레스피디는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제피렐리의 작품을 소개하는 사명을 이루게 돼 의미깊다'고 밝혔다. 변호사로 일하던 중 1995년 제피렐리를 만나고 오페라 연출가로 진로를 바꿨다는 트레스피디는 2019년부터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 부예술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제피렐리는 수많은 공연 인원을 자유자재로 지휘하면서도 무대 미술, 조명 등 세밀한 것까지 놓치지 않은 연출가"라며 "제피렐리가 아닌 다른 버전의 투란도트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피렐리의 투란도트는 1987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의뢰로 첫 선을 보였다. 제피렐리판 투란도트는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와 섬세하게 고증한 의상으로 극찬을 받았다. 이후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에서는 2년에 한번 꼴로 무대에 오르고 있으며 전세계 다른 공연장에서도 자주 연주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주연 '투란도트' 역을 맡은 소프라노 전여진은 "이탈리아 유학이 올해 12년째인데, 아레나 디 베로나는 이탈리아 성악도들에게 꿈의 무대"라며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연습을 했다. 한국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만들겠다"고 밝혔다.전여진은 당초 올해 초 오디션을 통해 6월에 열린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무대에 주연으로 낙점됐고, 공연 직전까지 연습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무대에 설 수 없게 됐다. 그는 "데뷔 좌절로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한국에서 무대를 설 수 있게 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 연습은 완벽하게 돼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은 “올해는 푸치니 서거 100주년이자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이 되는 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양국 국민이 서로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 음악감독인 다니엘 오렌이 지휘를 맡고 소프라노 올가 마슬로바, 옥사나 디카, 전여진이 타이틀롤인 투란도트 공주로, 테너 마틴 뮐레와 아르투로 차콘 크루즈가 칼라프 왕자 역을 맡는다. 공연은 오는 10월 12~19일 서울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KSPO돔)에서 열린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