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28개월 만에…코스피 '皇帝의 탄생'

황제주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100만원을 돌파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종가가 표시돼 있다. /뉴스1
신약을 개발하는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황제주’에 등극했다. 지난 19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날보다 5.96% 급등한 104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종가가 100만원을 넘는 종목이 나온 것은 2022년 5월 9일 태광산업(100만1000원)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코스닥시장에서는 2023년 9월 8일 에코프로(102만1000원)의 기록이 마지막이었다.

주가 100만원 넘는 종목에 붙는 별명

황제주는 정식 증시 용어라기보다 별명에 가까운 것이어서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한 주에 100만원을 넘는 주식을 가리킨다. 삼성전자와 아모레퍼시픽도 과거 황제주에 오른 이력이 있는데, 그때 주가는 입이 떡 벌어질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200만원대, 아모레퍼시픽은 400만원대를 찍었다.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종목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영광의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꼭 반갑지만은 않을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에서다. 거래량이 줄어 유동성이 떨어지는 것은 투자자 관점에서 좋은 일은 아니다. 그래서 주가가 이 정도로 비싸진 기업들은 액면분할을 단행하는 경우가 많다. 액면분할이란 한 주당 액면가를 잘게 쪼개 유통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50분의 1, 아모레퍼시픽은 10분의 1단위로 액면분할을 하면서 황제주 자리에서 내려왔다. 에코프로도 5분의 1 액면분할을 거쳤다.

우리나라 증시에서 황제의 자리는 오랫동안 공석이었다. 액면분할을 한 것도 아닌데 경영 실적이 나빠 황제주에서 밀려난 사례도 많았다. K뷰티 간판 기업인 LG생활건강은 2017년 10월부터 2022년 1월까지 100만원대를 지킨 ‘우량주 중 우량주’였다. 하지만 중국 시장 내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주가가 미끄러지기 시작해 요즘은 3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대표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2021년 2월 103만8000원에 달했으나 현재는 10만원대다. ‘리니지’의 뒤를 이을 차세대 히트작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1000원 미만 주식은 ‘동전주’라 불러요

황제주와 정반대 처지의 주식은 동전주다. 동전주는 한 주당 가격이 1000원을 넘지 않는 값싼 주식을 부르는 별칭이다. 동전주가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괜찮은 기업인데 주가가 심하게 저평가된 상태일 수도 있고, 액면분할이 매우 잘게 이뤄진 결과일 수도 있고, 진짜로 기업 가치가 형편없는 ‘잡주’여서일 수도 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동전주 중에는 테마주도 많은 만큼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테마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증시 외부에서 발생한 이슈를 계기로 투자자의 주목을 받아 가격이 움직이는 종목을 말한다.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앞으로 이 회사가 뜰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재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가가 싸기 때문에 시세조종 세력이 개미들을 유인하는 데 악용하기 쉬운 측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