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34년 전 과거서 온 편지에 소녀의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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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이꽃님 <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예스24’ 9월 셋째 주 기준 ‘청소년 종합 베스트’ TOP 10에 이꽃님 작가의 소설 4권이 포함되었다. ‘이꽃님 열풍’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이 작가의 작품이 폭발적 사랑을 받고 있다. 흡인력 있는 이야기와 독특한 전개 방식, 생동감 넘치는 표현, 허를 찌르는 유머로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한 덕분이다.
동화로 등단한 이꽃님 작가는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로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은 이후 매력적인 청소년 소설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죽이고 싶은 아이> 1·2와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가 베스트셀러 순위를 지키며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오는 작품마다 해외에 수출되고 국내에서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는 등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가족이 걱정되는 이유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발랄함을 담은 편지가 핑퐁처럼 오가다가 어느 순간 폭포수 같은 감동을 뿜어낸다. ‘흔한 주제’인 데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엄마의 사라짐과 다가옴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 친근감마저 안겨준다. 여기에 압도적으로 휘몰아치다가 푹 젖어들게 하는 힘이 폭발력을 갖는다.저자는 작가의 말에 “대체 가족이라는 건 뭐기에 이토록 밉다가도 걱정되는 걸까요. 왜 본체만체 관심도 없다가도 괜히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걸까요”라는 말과 함께 “은유가 오지 않았다면 아마 아직도 전 그 답을 찾고 있었을 거예요”라고 썼다.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청소년 문제의 바탕에는 가족이 있다. 사랑을 듬뿍 받으며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익혀야 할 시기에 가정이 무너지면서 많은 청소년이 아픈 삶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꽃님 작가가 펼치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가족이 걱정되는 이유,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 이유를 찾아보자.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의 주인공 열다섯 살 은유는 아빠에 대한 불만이 많다. 엄마에 대해 그 어떤 것도 알려주지 않는 무심한 아빠가 늘 한 발짝 뒤에 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랬던 아빠가 갑자기 결혼을 통보했다.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반쯤 미친 사람처럼 웃고 다니는’ 마흔네 살의 아빠를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은유는 독립을 결심한다.
이런 은유에게 아빠는 1년 뒤에 받아볼 편지를 써서 ‘느리게 가는 우체통’에 넣으면 1년 후 모든 게 바뀌어 있을 거라고 말한다. ‘가식 쩌는’ 아빠의 권유에 ‘기분이 엿 같지만’ 편지를 써서 느리게 가는 우체통에 넣는다. 그러자 말미에 “1년 뒤 나에게, 1년 전 내가”라고 쓴 2016년 1월 2일 편지에 놀랍게도 답장이 온다.‘1982년 7월 6일 진하국민학교 3학년 은유’라는 아이의 편지였다. 34년 전 과거에서 자신과 이름이 똑같은 아이가 보내온 편지에 놀라 답장하자 1984년 은유가 회신한다. 현재의 은유는 계속 2016년인데, 과거의 은유는 편지를 보내올 때마다 나이를 쑥쑥 먹어 어느 순간 언니가 된다는 발상도 흥미롭다.
현재 은유가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알려주면서 과거 은유에게 아빠가 과거에 만났을 엄마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대한대학교 송현철을 찾아낸 과거 은유는 그의 삶을 추적해 현재 은유에게 시시각각 흥미롭게 알려준다. 곧 엄마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토록 알고 싶었던 엄마의 존재
1989년생 이꽃님 작가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인 1982년부터 11세가 되는 2000년까지의 과거를 편지를 통해 매우 정확하게 묘사한다. Y2K 패션이 유행하고 세기말 상황에 관심이 많은 요즘 사람들에게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향수와 호기심을 안기기에 충분하다.현재 은유가 태어난 2002년이 되면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호흡할 수 있게 된다며 흥분하지만 편지는 2000년 1월 2일로 끝난다. 그리고 얼마 후 아빠가 1년 전 쓴 편지와 2002년 11월 16일 과거 은유가 보낸 마지막 편지가 도착한다.아빠는 물론 다른 가족도 절대로 입에 올리지 않은 은유의 엄마, 엄마 없이 자란 은유, 새엄마를 맞아들여야 하는 사춘기 소녀의 상황이 편지 속에서 가슴 저릿하게 펼쳐지다가 어느 순간 웃음과 눈물을 오가게 만든다.
그토록 알고 싶었던 엄마의 존재, 긴 세월 혼자 딸을 돌봐온 아빠의 진심, 자신감을 가득 채워 넣으려고 해도 허전하기만 한 딸 은유, 세 사람의 삶이 마음을 아프게 파고들어 오래도록 잔상을 남기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