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 늪' 벗어난 유니클로…5년 만에 1조 클럽 복귀한다

핵심상권에 공격 출점

4년 만에 동대문점 재개장
9·10월 신규매장 6곳 오픈

한일 관계 훈풍에 실적 개선
2022년부터 매출 'V자' 반등
코로나19 사태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잇따라 폐점했던 일본 대표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유니클로가 다시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노 재팬’ 바람이 사그라든 데다 고물가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의류를 찾는 소비자가 늘자 경쟁 우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외형 확대에 나선 것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올해 유니클로 매출이 5년 만에 1조원을 다시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유니클로 국내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는 서울 중구의 복합쇼핑몰 던던(옛 롯데피트인)에 유니클로 동대문점(면적 1558㎡)을 4년 만에 재개장했다고 27일 밝혔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롯데피트인이 문을 닫으면서 폐점한 매장이다.일본 유니클로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은 2004년 각각 51 대 49의 지분으로 합작법인인 에프알엘코리아를 설립해 이듬해 한국 1호점을 열었다. 이후 국내 패션업계에 SPA 바람을 일으키며 매장 수를 2019년 186개까지 늘렸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본격화하며 잇따라 점포 문을 닫았다. 2022년 127개로 줄었다.

실적도 급전직하했다. 2019년(회계연도 전년 9월~당해 8월) 1조3781억원을 기록한 매출은 이듬해 반 토막 났고, 영업손익도 1994억원에서 적자(-884억원)로 전환했다.

유니클로의 한국 사업은 지난해 반등세로 돌아섰다. 엔저 현상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증가하다 보니 그만큼 국내에서도 일본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줄고, 친밀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작년 말 기준 유니클로 국내 매장 수는 132개로 다시 늘었고,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9% 확대된 9219억원, 영업이익은 23.1% 증가한 1413억원을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추세라면 올해 유니클로 매출은 5년 만에 1조원대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유니클로는 이 같은 성장세를 놓칠세라 신규 매장을 잇따라 열고 있다. 이달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 롯데월드몰점과 동대문점을 연 데 이어 다음달에도 경기 일산덕이점, 롯데몰 광교점, 스타필드마켓 죽전점, 서울 홈플러스 상봉점 등 네 개 신규 매장을 개점한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계약 만료 등으로 문 닫을 예정인 매장도 있긴 하지만 꾸준히 출점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모객 전략에도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롯데월드몰점에 ‘리유니클로 스튜디오’를 국내에서 처음 선보였다. 찢어지거나 해진 유니클로 제품을 수선해 주거나 70여 개 자수 패턴을 활용해 낡은 옷을 새롭게 커스터마이징하는 서비스다.

업계 일각에선 탑텐, 스파오 등 토종 SPA 브랜드가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어 유니클로 실적이 코로나19 전 수준까지 회복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패션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도 SPA 브랜드 전용 오프라인 매장을 잇달아 열며 유니클로를 위협하는 토종 브랜드 대열에 가세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