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바주카포급' 경기 부양책 통했다…증시 나흘간 12% 껑충

월가 "中 자산이면 뭐든 사겠다"
유동성 공급 뒤 투자의견 조정
부동산 침체 등 불안요소 여전
중국 증시가 나흘간 12%가량 뛰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 정부가 5% 성장률 사수를 위해 연일 ‘바주카포’급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중국 경제의 장기 침체를 우려하던 월가에서조차 이례적인 유동성 공급 조치에 재빨리 투자 의견을 조정하며 중국 증시를 잠재력이 큰 신규 투자처로 꼽고 있다.

27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8% 오른 3,087.53에 장을 마쳤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중국 인민은행이 1조위안(약 189조5000억원)의 유동성 공급과 부동산·증시 안정화 대책을 전격 발표한 지난 24일 이후 이날까지 총 12.31% 급등했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 역시 전일 4.23%에 이어 이날도 4.47% 오른 3,703.68을 나타냈다. 올 6월 초 이후 처음으로 3600선에 올라서며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소비가 집중되는 다음달 1~7일 국경절 황금연휴를 앞두고 전방위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에서 시작된 경기 둔화로 치솟은 실업률과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은 증시 등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이달 24일 각종 금리 인하, 부동산·주식 시장 규제 완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25일 곧바로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0.3%포인트 낮췄다. 27일엔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했다. 지방정부들도 후속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시 정부는 호텔·레스토랑 이용과 영화·스포츠 경기 관람 등에 쓸 수 있는 5억위안 규모 쿠폰을 발행하기로 했다.통화 정책 완화만으로 ‘5% 안팎’의 경제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6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고 “중국 경제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인정한 뒤 재정 지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공무원들이 실수를 걱정하지 말고 민간 부문 지원과 경제 회복을 최우선에 두라고 한 시 주석의 발언은 강력한 성장 의지를 대변했다”고 해석했다.

이렇다 보니 월가에서도 “이번엔 다르다”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인민은행이 내놓은 부양책과 정치국 회의 내용 모두 증시에 긍정적”이라며 “CSI300은 단기적으로 10%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헤지펀드업계 거물인 데이비드 테퍼 애팔루사매니지먼트 창업자는 “최근 급등 이후에도 중국 증시는 상승 여력이 크다”며 “중국 자산이면 상장지수펀드(ETF)와 선물 등 무엇이든 사겠다”고 말했다.

다만 유동성발(發) 랠리에 대한 경계심도 여전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내 소비자 신뢰 수준이 바닥으로 떨어진 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 등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하다”며 “재정 정책을 확대하고 속도감 있게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