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사람] 잃어버린 목표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녁이 없다면...

궁수가 활을 쏘려고 활과 화살을 가지고 평소 다니던 들녘으로 나갔다. 그 곳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었고, 뒤는 강이었기 때문에 안전하게 나무를 과녁으로 활을 쏠 수 있었다.
나무가 없어졌다. 분명 어제 왔던 그 자리인데, 나무가 베어져 넓은 강이 환하게 보인다.
사수가 사격장에 갔다. 총을 들고 사격을 하려고 보니 과녁이 없다. 총을 쏠 수는 있지만, 의미가 없다. 무엇인가 맞추거나 얼마나 정확하게 쏘았는가 확인할 수 없다면 활이나 총을 쏘는 즐거움은 사라질 것이다. 목표는 여러 방안을 낳게 하는 원천이다.
자동차를 만드는 A회사는 기술력, 마케팅 역량이 B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다. B사는 글로벌 회사로 100년 전통의 초 일류 기업이었다. A회사의 CEO는 직원들에게 세계 1위인 B회사를 7년 안에 따라 잡자는 목표를 세우고 강조했다.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 품질 강화, 세계 시장을 겨냥한 공격적 마케팅, 내부 혁신 운동을 통해 정한 기간보다 빠르게 B사를 뛰어넘어 세계 1위의 자동차 제조 회사가 되었다.
목표가 없을 때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과 일이다. 목표가 없는 조직이나 직원들은 자극할 요인이 없기 때문에 ‘이 정도면 된다’는 생각이 만연하다. 더 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지만, 더 할 이유가 없다. 어느 순간 달리기 보다는 걷고, 걷기 보다는 앉고, 앉기 보다는 누우려는 경향이 강하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의 프로세스와 관행에서 벗어나면, 큰 사고나 위험요인이 된다는 생각에 도전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린다.

망하는 회사를 살펴 보면, 망한 직접적인 원인 보다 내부 임직원들이 먼저 망해가는 징후를 인식한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영업직원들이 모를 수 없다. 재무 담당자 역시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리기 위한 개선 또는 도전 활동을 전개하지 않고 보고만 있는다면 어떻게 될까? 시장이나 고객의 변화를 외면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잘하면 된다고 기존의 방법을 고수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본인들도 이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관리자나 경영자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결국 현장 조직과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애정보다는 불만과 포기로 ‘될 대로 되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위기를 타파할 새로운 목표를 경영층이 제시하지 못한 원인이 가장 크다.

목표를 세웠는데 왜 실행되지 않을까매년 연말이면 사업계획을 세우고 발표하느라 모든 조직이 분주하다. 목표가 없는 회사는 없다. 문제는 어렵게 목표를 세웠는데, 왜 현장에서는 목표를 모르고 실행되지 않는 것일까?
매년 성과 관리 강의를 50여 차례 진행하고 있다. 방문한 기업마다 참석한 관리자 또는 임원들 대상으로 4가지 질문을 한다.
- 회사의 올해 목표가 무엇인가?
- 직속 상사의 목표 항목, 가중치가 무엇인가?
- 본인의 목표 항목, 가중치, 현 달성율은 무엇인가?
- 조직 내 핵심인력의 목표와 현 달성율은 무엇인가?
4개의 질문에 대해 A4용지를 나눠주고 작성하라고 하면 작성하는 참석자는 한 명도 없다. 심한 경우 본인의 목표에 대해서 정확하게 작성하는 참석자는 10%를 넘지 못한다. 잃어버린 목표가 된 것이다.

왜 잃어버린 목표가 되었을까?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 연말 사업계획을 통해 조직의 목표가 확정된 후, 영업이나 생산부서와 같이 정량적으로 일이 추진되는 곳을 제외하고, 목표에 대한 지속적 점검과 피드백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대부분의 비 사업 조직은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유지 수준에서 수행한다. 사업계획에는 개선과 도전과제가 있는데, 이는 유지 과제를 수행하면서 추가적으로 하는 과업으로 생각한다. 팀 전원이 합심해서 해내야 하는 과업이 아닌 그 업무를 담당하는 팀원의 추가 과업인 것이다.
둘째,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연계되지 않는 것도 큰 이유이다. 조직 목표는 대부분 전략이나 기획부서에서 담당한다. 개인 목표는 인사부서에서 담당한다. 담당 조직이 다르고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이 다르다. 연계되기 힘든 요인이 많다.
셋째, 목표를 확인하고 점검하며 피드백 받을 방법이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회사가 주간 업무 계획과 실적 양식을 작성한다. 이 주간 양식에 연간 목표는 없다. 주간에 했던 과업만 표시된다. 주 작업한 일이 연 목표와 일치된다는 것을 알 수가 없다. 당연 연간 목표가 어느 수준으로 얼마큼 진척되는가 알 수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점검이나 피드백도 없다.
넷째, 환경이나 상황이 바뀌어 목표가 의미가 없어도 일을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목표에 대한 발표나 보고가 없고 연말에 업적과 역량 평가는 본인들이 했던 일의 정리 수준에서 진행된다. 평가는 서열화가 중요하지 목표 대비 무엇을 얼마나 잘했는가 보는 것이 아니다. 인사 정보시스템의 평가 항목에 1년 간 해온 일을 꿰맞추는 작업을 한다.

최소한 월 1회 목표에 대한 점검과 피드백을 해야 한다어렵게 정한 목표를 초과 달성하고, 그 과정에서 고민하고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최소 월 1회 목표를 점검하며 피드백 받고 다음 달 할 일을 고민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가장 좋은 프로세스는 ①월 1회 목표 대비 업적 결과물, 목표 이외의 업적 결과물 ② 월 역량 향상을 위해 노력한 결과물 ③ 월 잘한 일 3가지와 애로 및 건의 사항을 정리하여 발표하고, 조직장과 개별 면담을 해야 한다.
조직장은 개개인의 발표를 듣고 면담을 통해 진척율, 차월 중점 과제와 추진 계획, 애로사항 청취, 월별 생각과 일하는 방식에 대한 칭찬과 조언을 하는 피드백을 해야 한다.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과 성과는 그 조직을 맡고 있는 조직장의 리더십 크기에 비례한다. 조직장이 목표에 의한 점검과 피드백을 구체적이고 지속적으로 하면 할수록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과 성과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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