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기업 경영 '영생의 길'과 '파국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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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 UNIST 교수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 가운데 경기 침체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경제의 불확실성도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대비 수익에 대한 회의가 번지고 반도체 고점론이 제기되는 것은 한국 기업에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일이다. 올바른 기업 경영을 위해 회피해야 할 주의사항과 주목할 필요가 있는 글로벌 기업의 행보를 정리해 본다.
타조 증후군과 지적 정직성
타조가 맹수나 사냥꾼을 만나면 모래에 머리를 파묻는다. 이런 타조의 특성에서 이름을 딴 ‘타조 증후군’은 어려운 일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현실을 부정하려는 성향을 말한다. 기업이 문제 대응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임하면 나중에 심각한 화를 입게 된다.이런 타조 증후군을 회피하기 위해서였을까. 세계 반도체 1위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적 정직성(intellectual honesty)을 주요 경영 지표로 삼는다. 지적으로 정직하다는 것은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하는 정신으로 해석된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가치가 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는 관용과 실패로부터 배우는 능력입니다. 이 둘은 지적 정직함을 기반으로 합니다. 지적 정직함이란 실수를 숨긴 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는 대신 필요하다면 솔직하게 실패를 인정하고 방향을 수정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젠슨 황 CEO가 지난해 한 말이다. 불확실할수록 젠슨 황이 내세운 지적 정직함의 의미를 곱씹어봐야 한다.
샌드위치 증후군과 근로자 지원프로그램
샌드위치 증후군은 성과를 강요하는 직장 상사와 능력 있는 부하 직원 사이에서 압박감을 느끼는 중간관리자의 심리를 말한다. 목표를 향해 돌진하다가도 갑작스럽게 능력의 한계나 현실의 벽을 느끼며 우울함을 느껴 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현상이 오래가면 조직은 구성원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조직 운영에 문제가 발생한다.한 걸음 더 나아가 신(新)샌드위치 증후군이 있다.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불안증세로 소외감과 우울함에 사로잡힌 현대인이 겪는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수 글로벌 기업은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은 2023년부터 직원의 정신 건강을 지원하기 위한 회사의 지속적인 노력을 반영해 강화된 포괄적인 복리후생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아마존 직원들은 이를 위해 티윌(Twil)이란 앱과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고 연중무휴 24시간 정신 건강 관리 서비스를 이용한다. 아마존은 정신 건강이야말로 직원과 가족 모두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믿어 적합한 시스템 구축을 선도한다.
피터팬 증후군과 배울 수 있는 성장 문화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적용되는 규제도 늘어난다면? 성장을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 현상이 국내 기업에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피터팬 증후군은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고 아이로 남으려는 심리를 말한다. 한국에서 과거와 달리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줄어들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한국 대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중소기업과 동반 성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 구도가 기업 간 경쟁에서 기업 네트워크 간 경쟁으로 변모하고 있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더욱 절실하다. 최근에는 대기업이라도 시설투자를 줄이거나 직원을 해고해야만 하는 상황을 두고도 피터팬 증후군에 빠졌다고 한다.
반면 미국의 대표 기업들은 피터팬 증후군을 극복하고 성장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기업이다. 이들 기업에는 성장 문화로 대별되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배울 수 있는 문화’를 중시한다. 배울 수 있는 동료, 상사와 성장 기회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직문화에서 가장 중요하다면 어떤 생각이 드나.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지도 꽤 지났다. 모름지기 기업은 지적 정직함, 적절한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 배울 수 있는 성장 문화 생태계 조성으로 지속할 수 있는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젊게 사는 게 경쟁력이자 트렌드라는 ‘네버랜드 신드롬’이 널리 퍼지고 제대로 실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