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전의 AI와 비즈니스 모델] 한국 AI, 글로벌 빅3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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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과 똑같이 해선 AI 강국 될 수 없어한국은 인공지능(AI) 전략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절대 2강의 틈바구니에서 AI 분야 주요 3개국(G3) 지위를 차지할 수 있느냐, 10위권 바깥으로 추락할 것인가의 갈림길을 맞이한 것이다.
데이터 아닌 AI모델 통합으로 역전 노려야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
AI 분야는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가 5강을 형성하고 있고, 그 밑의 자리를 독일, 스웨덴, 이스라엘, 인도, 일본, 한국 등이 경쟁하는 처지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 AI 투자와 정책의 파편화 탓에 나눠먹기식의 비효율이 만연해 있다. 산학 간, 산업 간, 산업 내 시너지도 전혀 나지 않는다.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에 기반한 ‘연합 AI 산업 생태계 육성 전략’을 제안한다. 연합학습은 기관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노출하지 않고 로컬에서 독립적으로 모델을 훈련한 뒤 데이터가 아닌 AI 모델을 통합해 하나의 강력한 AI 모델을 구축해 참여 기관들이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는 데이터 보호 규정을 엄격히 준수해야 하는 정부기관이나 민간 기업 모두에 중요한 돌파구를 제공한다.
미국과 중국은 ‘초거대 프런티어 AI 전략’과 ‘오픈소스 전략’을 혼합해 채택하고 있다. 한국은 연합 AI 전략으로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2강을 따라 하는 전략으로는 3강도 어렵다. 시장경제 원리에 잘 맞는 첨단 창의적 전략을 통해 3강에 안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각 산업 분야에서 최고 성능의 연합 AI를 구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 뱅크 제도를 정립해 선도하면 전 세계 데이터가 한국의 데이터 뱅크 관리하에 놓인다. 데이터 뱅크 제도는 데이터를 AI 엔진의 연료로 활용하는 동시에 해당 주체에 철저한 보상을 제공하는 지속 가능한 AI 구조를 세계 최초로 실현할 것이다.이를 위해 정부는 각 국공립 연구소와 공공 연구개발(R&D) 기관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중앙화하지 않고 협력해 AI 기반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범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각 기관의 데이터를 외부로부터 보호하면서도 전체 AI 모델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데이터 뱅크 제도를 통해 모든 개인과 기업, 정부기관이 자신의 데이터 계좌를 가지고 데이터를 축적해 자산을 증대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AI산업에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는 이와 연계해 공공 부문뿐만 아니라 민간 사회 전반에 걸친 연합학습 활성화를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금융, 교육, 의료, 개인 헬스케어,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환경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이런 연합 AI산업 생태계 육성 전략은 기존 개별 기업의 AI 전환이 아닌, 하나의 산업을 통째로 AI로 전환해 효율성이 높고 시너지가 크다. 다양한 산업 분야의 경쟁력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