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범죄' 폭증…전국 '쓰레기 산' 493곳

폐기물 불법처리·무단 투기 1년 새 3.4배 늘어

코로나 이후 처리비 2배 뛰자
건설 폐기물 '몰래 투기' 기승
건설사, 하도급에 처리 떠넘겨

"현행법상 처리 주체 모호 악용"
적발돼도 불기소에 벌금형 그쳐
경남 특별사법경찰은 지난 7~8월 드론을 동원해 불법 폐기물 하치장 14곳을 찾아냈다. 이 중에는 대형버스 12대 규모인 1240㎥의 폐목재를 ‘쓰레기 산’처럼 쌓아 둔 채 영업하다 적발된 재활용업체도 있었다. 특사경 관계자는 “폐기물을 무단 투기한 뒤 펜스를 설치하거나, 야산 중턱에 몰래 폐기물을 버리는 등 투기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폐기물과 폐목재, 폐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폐기물 범죄’가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 지역 주민들이 악취와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건축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폐기물 처리비용도 덩달아 상승하자 불법 투기가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 범죄 1년 새 두 배 ‘껑충’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환경 범죄는 7384건으로 2022년(3477건)과 비교해 2.1배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환경 범죄는 폐기물 무단투기와 기업이 저지른 대기 및 하천 오염 사건을 포괄한다. 환경 범죄는 2019년 2955건에서 2020년 3568건, 2021년 3656건 등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 중 폐기물을 허가 없이 처리하거나 무단으로 방치한 폐기물 범죄는 지난해 4231건으로 2022년(1239건) 대비 3.4배 규모로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건설 현장을 덮친 경기 불황 및 각종 비용 폭증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경기도지역 한 폐기물 처리업체 관계자는 “수도권 매립지의 건설폐기물 반입 수수료를 포함한 폐기물 처리 비용은 지난해 t당 15만원 이상으로 2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뛰었다”며 “비용 부담이 늘자 일부 철거업체, 건설업체 등이 정상적인 처리 과정을 밟기보다 무단으로 버리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계에선 경기가 악화하면서 하도급사에 폐기물 처리 부담을 지우는 원청사가 늘었고, 하도급사가 폐기물을 현장에 방치하거나 몰래 버리다 적발된 사례가 증가했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선 비교적 도급금액이 큰 기계·설비시공업체에 현장 폐기물 일부를 책임지게 하는 사례가 왕왕 있다”며 “현행 건설폐기물법상 처리비용을 부담하는 주체가 발주사인지, 하도급사인지 규정이 모호하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솜방망이’ 처벌에 늘어난 ‘쓰레기 산’

최근 이렇게 발생한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 방치한 쓰레기 산이 전국 곳곳에서 생겨나 문제가 되고 있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의 쓰레기 산은 493개로 2019년(235개)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중 상당수는 폐목재 폐콘크리트로 이뤄진 ‘건폐 쓰레기 산’이라는 분석이다. 493개 쓰레기 산에선 서울시 1년 생활폐기물 배출량(약 120만t)보다 많은 159.0만t 규모의 폐기물이 발견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쓰레기를 치우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쓰레기 산의 폐기물 처리를 위해 지자체 예산 374억원이 투입됐다.

그나마 범인이 확인된 폐기물 범죄도 비교적 경미한 벌금형에 그치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청에 따르면 작년 환경 사건 중 검사가 정식으로 재판을 청구한 사례는 697건(9.4%)에 불과했다. 6250건(45.0%)은 벌금형(약식기소)을 받았고, 불기소된 사건도 3498건(29.7%)에 달했다.한 지자체 관계자는 “중요 환경 범죄는 벌금에 더해 매출의 3~5%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며 “쓰레기 산은 ‘바지사장’을 앞세운 기획형 범죄인 경우가 많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