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해외로 이전하냐' 기업인 줄소환…정상 경영행위에도 '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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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기업인 망신주기지난 13일 취임한 홍정권 한화큐셀 대표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충북 음성에 있는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 사실이냐”며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른 것이다. 한화큐셀이 ‘음성 공장을 이전하는 게 아니라 미국에서 기존에 진행하던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김 의원은 ‘대표에게 직접 들어야겠다’며 홍 대표를 불렀다.
美 이전 안한다는 한화큐셀
'가짜뉴스' 근거로 대표 불러
"합병·분할과정서 주주이익 침해"
SK·LG화학 경영진 소환도 추진
"사실 확인보다 호통이 목적"
경제계에서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를 받기 위해 이뤄진 불가피한 미국 투자를 놓고도 대표를 소환하면 어떻게 경영 활동을 하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지역 공장 이전과 관련해 사실이 아닌 루머에 대해서도 호통치려고 부르는 것”이라며 “해당 의원은 주목을 받아 좋겠지만 결과적으로 가짜 뉴스가 퍼져 기업이 멍든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 개편 문제 삼는 의원들
다음달 7일부터 열리는 국감에서 기업과 관련해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이슈는 지배구조 개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으로의 KT 최대주주 변경,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그룹의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계획 철회 등과 관련해 각사 최고경영진(CEO)이 증인 및 참고인으로 확정되거나 국감장에 불려나갈 것으로 전망된다.KT 최대주주 변경 건과 관련해서는 김영섭 KT 대표와 김흥수 현대자동차 부사장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증인으로 채택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참고인에 올랐다. KT 최대주주는 지난 3월 기존 최대주주이던 국민연금공단이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하며 현대차그룹으로 바뀌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심사를 거쳐 현대차그룹으로의 최대주주 변경에 문제가 없다고 이달 19일 발표했지만, 의원들은 이 같은 판단 과정 자체를 다시 검증하겠다는 입장이다.정무위에서는 야당 의원들 주도로 두산그룹과 SK그룹, LG화학, 삼성물산 경영진의 증인 채택이 추진되고 있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들 기업은 합병과 분할 과정 등에서 최대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고 다수 주주의 이익을 침해했다”며 “국감장에서 각사 경영진을 추궁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확대 등 기업 밸류업 논의를 확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 반발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이 보류된 가운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증인 채택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정무위는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증인 채택 명단을 최종 의결한다.
금융권 증인 채택도 촉각
은행권의 내부통제 부실과 최근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 이슈도 도마에 올랐다. 그간 국감장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던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의 증인 채택 여부가 관심사다. 정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횡령 및 부당 대출 사고 관련 은행 CEO들도 불러내겠다는 계획이다. 상장지수펀드(ETF)의 관계사 투자 의혹과 관련해 자산운용사 대표들의 증인 채택도 저울질하고 있다.기획재정위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 대한 증인 채택 신청서를 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서다. 농해수위는 10대 그룹 총수를 증인석에 불러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실적을 따져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배성수/김재후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