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이어 안드로이드 진영 정조준하는 에픽게임즈…“삼성·구글 제소할 것”

‘보안 위험 자동 차단’해제 두고 소송전 돌입
구글, 삼성에 80억 달러 거래 의혹
앱 설치 단계 증가에 경쟁력 위축 주장
에픽 “공정 경쟁 불가능” 소송 배경 밝혀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CEO)/사진=에픽게임즈 제공
애플과의 반독점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에픽게임즈가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전선을 넓혔다. 이번 타깃은 삼성전자와 구글이다.


“삼성·구글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CEO)는 3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전자와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미국 연방법원에 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에픽게임즈는 소송을 통해 삼성전자에 ‘보안 위험 자동 차단’(이하 오토블로커) 기능의 해제를 요구할 예정이다. 오토블로커는 기기 보안을 위해 외부 앱 설치를 막는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오토블로커를 기본 활성화 기능으로 변경했다. 이용자가 앱 마켓이 아닌 곳에서 앱을 내려받아 설치하려면 이 기능을 꺼야 한다는 뜻이다.

에픽게임즈는 오토블로커로 인해 갤럭시 스마트폰 이용자가 에픽게임즈의 앱 마켓인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설치하는 절차가 18단계에서 21단계로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스위니 CEO는 “기존에도 설치 웹사이트에 접속한 이용자의 50%가 에픽게임즈 스토어 앱 설치를 포기했다”며 “현재의 설치 과정으로는 구글 등과 경쟁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외부 앱 설치를 막는 삼성전자의 '보안 위험 자동 차단(오토 블로커)' 기능/사진=에픽게임즈 제공
에픽게임즈는 삼성전자가 구글의 유도로 오토블로커를 전면 적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이 자체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 스토어’의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공모했다는 주장이다. 스위니 CEO는 “구글과의 소송 과정에서 구글이 삼성이 경쟁에 참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을 지급한 사실을 파악했다”며 “구글은 구글의 다양한 기능을 기본 기능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삼성에 80억달러(약 10조원)를 줬다”고 말했다. 스위니 CEO는 “협력관계였던 삼성전자와 소송을 진행하게 돼 안타깝다”며 “불법 관행이 지속되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독점 기업 사냥꾼’ 자처한 에픽게임즈

에픽게임즈는 애플,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들과 반독점 소송을 진행해왔다. 올해 마무리된 애플과의 소송에서 미 법원은 10개의 핵심 쟁점 중 9개에 대해 애플의 주장을 지지했다. 다만 애플의 앱 마켓인 ‘앱스토어’에서 외부 결제 시스템 허용을 불가한 방침은 반경쟁 행위로 보고 에픽게임즈의 손을 들어줬다. 내부 결제를 강제했다는 이유로 구글을 상대로 낸 소송 1심에선 에픽게임즈가 승소하기도 했다.

에픽게임즈의 반독점 소송은 유럽연합(EU)이 디지털 시장법(DMA)을 도입하고 애플이 제3자 앱 마켓 허용하도록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EU가 지난 3월 DMA를 전면 시행하고 에픽게임즈는 자체 앱마켓을 유럽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다. 이후 ‘알트스토어’와 같은 제3자 앱 마켓이 유럽 앱스토어에 출시됐다. 국내 앱 마켓 업체인 ‘원스토어’ 또한 지난 5월 유럽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해외 빅테크를 대상으로 반독점 규제 정책을 일찍 도입한 국가로 꼽힌다. 국회는 2021년 8월 인앱결제 강제 금지 조항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음 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