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여행의 시초 '반얀트리', 30년 만에 이렇게

앙사나, 카시아, 옴 등으로 브랜드 확장
앞으로 50여 곳 더 문 연다
"여행이 가진 변화의 힘을 믿는다."

반얀트리 창립자 부부가 품었던 생각은 3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에 반얀트리 여행 DNA를 퍼트렸다. 반얀트리는 1994년 푸껫에 첫 리조트를 열며 시작됐다. 싱가포르 출신의 창립자 호권핑(Ho KwonPing) 회장과 아내 클레어 창(Claire Chiang) 부 회장은 1980년대 폐허가 된 푸껫의 주석 광산을 개인 별장 용도로 사들였다. 당시 부부가 살던 지역은 반얀트리 베이라 불리던 어촌마을. 부부는 그 마을에서 사람의 영혼과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여행의 힘을 경험했고 불모지나 다름없던 푸껫의 땅에 그들이 믿는 여행의 가치를 실현할 리조트를 건설하겠다는 꿈을 꿨다.
반얀트리 푸켓 30주년 기념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창립자 부부와 두 아들(왼쪽 셋째 호렌춘, 오른쪽 첫째 호렌화)
리조트 이름인 반얀트리는 실제 인도에서 신성시되는 나무로 가지가 길게 뻗어 땅에 닿으면 뿌리를 내리며 나무 하나가 숲처럼 덩치를 키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반얀트리의 넓은 그늘은 길 가는 여행자들의 편안한 안식처였다. 그 이름처럼 반얀트리 그룹은 가지에 가지를 뻗고 더 넓게 뿌리를 내려 현재 전 세계적인 호텔&리조트 그룹으로 성장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부부가 처음 심었던 반얀트리는 한 개의 뿌리에서 뻗어 나온 브랜드로 전 세계 13개국 90여 개의 호텔과 리조트, 140여 개의 스파와 갤러리, 20개가 넘는 브랜드 레지던스로 이어졌다. 곧 문을 열 반얀트리 그룹 브랜드의 호텔이나 리조트만 해도 50여 개 가까이 된다.
반얀트리 푸켓(사진=반얀트리)

웰빙 여행은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반얀트리는 1994년 푸껫에 리조트를 시작할 때 명상과 요가, 스파를 통해 영혼과 마음의 안정을 얻는 웰빙 여행의 시작을 알렸다. 리조트 안에서 스파를 받고 요가와 명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반얀트리 이전에는 생소한 문화였다.
반얀트리 알울라의 요가 프로그램(사진=반얀트리)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건강한 먹거리를 선보이고 지역 문화와 결합해 지속가능한 여행을 실천했다. 이를 통해 여행이 도시인들에게 영감과 휴식을 제공하는 수단임과 동시에 지역 경제를 살찌우는 중추 역할도 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반얀트리 마야코바, 전통적 멕시코 보트 위에서 즐기는 새프론 태국 디너 경험(사진=반얀트리)
지역민과 함께 발전하는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지역민들을 교육해 반얀트리에서 직접 고용하는 반얀트리 아카데미도 열었다.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반얀 글로벌 재단을 론칭하고 반얀트리만의 여행 경험을 더 폭넓은 층이 즐길 수 있도록 중산층을 위한 카시아나 앙사나, 가리야 등의 브랜드도 지속해서 론칭해왔다. 국내에도 속초에 카시아와 옴 브랜드의 호텔이 문을 열며 반얀트리만의 브랜드 경험을 더 폭넓게 즐길 수 있게 됐다.
반얀트리 푸켓에서 보트를 타고 갈 수 있는 앙사나. 반얀트리의 부티크 브랜드 리조트다.
반얀트리가 추구하는 중추적인 철학은 '웰빙 생츄어리의 전체론적 접근'이다. 생츄어리란 야생으로 돌아가기 힘든 상황의 동물을 보호하는 구역을 칭하는 용어로 동물이 평생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반얀트리가 지친 현대인들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한 웰빙의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명상과 요가를 하고, 아름다운 풍경과 완벽한 개인 공간 속에서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만든 이유다.
중국 계림의 특별한 액티비티가 유명한 반얀트리 양숴(사진=반얀트리)
반얀트리는 지역민과의 공생을 철저하게 지켜나간다. 현지 환경을 존중해 지역에 맞는 건축물을 짓고 인테리어 소품 하나, 방 안에 놓인 인센스 하나도 천연재료를 활용한다. 플라스틱 포장재를 쓰지 않고 오히려 플라스틱을 업사이클링한 선물 포장 보자기로 함께 살아가는 지구에 대한 그들만의 고민을 세련되게 표현한다. 반얀트리 브랜드가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배경은 바로 이런 데 있다.
지속가능 여행에 앞장서는 반얀트리. 왼쪽부터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해 만든 선물 포자용 보자기, 포장재로 활용하는 식물, 지역 생산품을 활용하는 매뉴
푸껫 반얀트리는 지역에 유치원과 학교를 세우고 지역민을 위한 글로벌 교육을 실천한다. 호텔 투숙객들도 함께 참여해 지역 봉사 활동으로 청소나 학교 페인트칠하기 등의 시간을 경험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것은 여행을 통해 얻는 또 다른 선물이다.
반얀트리 푸껫 투숙객들이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지역 학교에서 페인트 칠하기와 청소하기 등의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반얀트리 스파 & 웰빙 아카데미 '네이처 하우스'를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반얀트리 고객이라면 동일한 퀄리티의 스파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지역민들에게는 더 나은 경제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상생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게 하는 반얀트리의 정신이 녹아든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반얀트리 그룹은 전 세계 23개국에 1만여 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 중이다.

직원들의 만족도 역시 기대 이상으로 높다. 반얀트리 푸껫에서 스파 아로마 클래스 교육을 맡은 직원 브라우니 씨는 반얀트리에 근무한 지 10년이 넘었다. 방콕에서 대학을 나와 반얀트리에 입사했다. 그리고 지난 시간 동안 한결같이 아침에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며 반얀트리 입구에 들어서면 또 즐거운 하루가 시작된다는 기대감에 힘이 솟는다고 말한다.
반얀트리가 지금처럼 성장한 비결 중 하나는 언제나 웃는 얼굴인 직원들의 만족도도 한몫한다. 잔디를 다듬다가도 '사와디캅(안녕하세요)'을 외치며 환하게 웃는 직원들의 웃음이 곧 반얀트리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아로마 클래스를 진행하는 브라우니 씨.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으로 10년 동안 근무했다.

내년 봄, 부산에도 문 여는 반얀트리

반얀트리 브랜드는 지금도 확장되고 있다. 하이엔드부터 가성비 높은 브랜드까지 반얀트리 경험도 다양해졌다. 다와 및 라구나를 비롯해 반얀트리 이스케이프, 반얀트리 베야 등의 이름으로 전 세계인은 반얀트리 스타일의 매력에 푹 빠져드는 중이다.

반얀트리는 지난 1년 동안에도 5개의 리조트를 오픈했다. 반얀트리 둥관 쑹산 호수와 반얀트리 쑤저우 시산 호수는 지난 8월 개장했고 멕시코에도 5월 웰빙 중심 리조트인 발레 대 과달루페(Valle de Guadalupe)가 문을 열었다. 포도밭과 조화를 이루는 세련되고 현대적인 디자인인 반얀트리 베야 브랜드다.
멕시코에 새로 문을 연 반얀트리 베야 발레 대 과달루페(사진=반얀트리)
8월 문 연 일본 히가시야먀 교토는 지역에서 유일하게 자연 온천이 있는 호텔로 일본 전통 건축물과 현대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52개의 객실은 대나무숲으로 둘러싸여 한적한 대나무 숲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국내에선 내년 봄 부산에 새로운 반얀트리가 문을 열 예정이다.
반얀트리 히가시야마(사진=반얀트리)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가라야는 반얀트리 내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로 현재 중국 후저우 루쿤과 시안 린통, 일본 교토, 태국 통사이 베이 사우미, 인도네시아 족자카트라 등 총 8개의 가라야가 새롭게 선을 보였다. 중장기 투숙객을 위한 레지던스 브랜드 반얀 리빙도 호평받고 있다.

반얀트리 그룹은 30주년을 기념해 오는 12월 31일까지 '여행의 낭만 재발견'을 테마로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인다. 일본에선 가면 장인과 함께 마스크를 제작해보기도 하고 지역 원주민 춤이나 종교 행사 등도 참석할 수 있다. 오는 10월에는 반얀트리 두바이의 그랜드 오픈을 맞아 두바이에서 석양 파티인 선셋 스와레(Sunset Soirée)와 독점적인 도시 웰빙 리 트리트(Urban Wellbeing Retreat) 등 이벤트로 브랜드의 30년 전통이 쌓아온 철학을 더 널리 알릴 예정이라고도 한다.
반얀트리 히가시야마 교토, 가면 장인 프로그램(사진=반얀트리)
반얀트리 링하,. 티벳 전통 춤 체험(사진=반얀트리)
눈에 보이는 가격만으로 럭셔리를 정의해선 안 된다는 것을 반얀트리는 몸소 보여준다. 여행을 통해 개인이 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여행이 지구와 우리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한다. 반얀트리의 철학을 알고 나면 반얀트리에서 보내는 시간의 가치는 더 커진다.

이선정 한경매거진 기자 sj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