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피해자 지원금 5000만원" 저격에…논란 재점화 [이슈+]

'270만 구독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진용진
단편 영화로 '성매매 피해자 지원금' 저격

미용실 개업 꿈꾸며 성실히 일한 20대 여성
성매매로 돈 번 친구에 경제 상황 역전당해
미용실 개업 꿈도 친구가 먼저 이뤄…'절망'
유튜브서 다시 불거진 지원금 형평성 논란
사진=유튜브 '진용진' 캡처
"성매매 단속 걸렸다며, 네가 어떻게 미용실을 차려?"

"나 성매매 피해자 지원금 나와. 그동안 번 돈 환수도 안 했고."자기 미용실을 차리는 게 꿈인 20대 여성 이소희. 소희는 목표만을 바라보며 근면 성실하게 미용실에서 일하며 꿈을 준비해나간다. 소희의 동갑내기 친구, 이미선. 미선도 소희와 마찬가지로 미용실 개업이 목표다. 하지만 부지런한 소희와 다르게 호캉스를 일삼는 등 대책 없는 소비를 한다. 심지어 소희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고, 사치를 부리는 모습을 SNS에 올려 소희를 절규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던 미선이 소희보다 꿈을 먼저 이룬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바로 미선이 '성매매 피해자'가 된 덕분이다.

자칫 설정이 과도해 보일 수 있는 이 이야기는 271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진용진'이 지난달 28일까지 세 편에 걸쳐 공개한 단편 영화 '등가'를 추린 것이다. 진용진은 이 작품에서 성매매를 통해 또래는 만질 수 없는 큰돈을 벌어들인 미선이 소희를 절망하게 만든다. '사회적 약자'로 표현되는 미선이 소희 앞에서 명품백을 휴지로 닦는 모습도 비춘다. 영상 말미에는 "대한민국 20대 평균 저축액 약 3000만원, 성매매 피해자 지원금 최대 5000만원"이라는 자막을 삽입한다. 그동안 사회에서 갑론을박을 빚어왔던 '성매매 피해자 지원금' 제도를 비판한 것으로, 영상이 올라온 뒤 '성매매 피해자 지원금' 형평성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사진=유튜브 '진용진' 캡처
여성가족부는 성매매 피해자의 성매매 재유입 방지 및 사회복귀를 추진하기 위해 세금을 들여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지원 대상은 '성매매 피해자 및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이다. 지원 내용은 '성매매 피해자 상담, 의료, 법률지원, 진학교육 및 직업훈련, 치료회복프로그램 지원' 등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성매매 피해자 등 지원사업의 예산은 2019년 144억원에서 2023년 182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고, 지원 건수도 2019년 12만7553건에서 2023년 14만5521건으로 늘었다.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자체별 조례나 시행규칙을 제정해 성매매 피해자에 대한 직접 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이 경우 성매매 집결지인 '용주골'이 있는 경기 파주시가 대표적이다. 파주시는 탈성매매를 돕고자 2023년 성매매 피해자의 탈성매매 및 자립·자활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파주시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파주시 자활 지원 대상자로 결정되면 2년간 생계·주거·직업훈련비 지원과 자립 준비를 마치면 별도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데, 1인 최대 지원금은 5020만원이다. 기존 4420만원에서 지난 6월 시가 '고물가 상황' 등을 고려해 생계비 월 50만원 인상을 단행해 600만원 더 올렸다.
과거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의 한 거리.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한경DB
그동안 성매매 피해자 지원금에 대한 여론은 극명하게 엇갈려왔다.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택한 이들까지 혈세를 들여 지원한다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의 지적이 반대하는 진영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치권에서는 여성단체로부터 '성평등 걸림돌상'을 받은 홍준연 전 대구 중구 의원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홍 전 의원은 "성매매 피해를 본 여성들을 국가가 돕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던 여성에 대한 지원은 법에 따른 처벌이 있고 나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진용진 유튜브 댓글에서도 "진짜 불합리한 제도", "어이가 없는 현실" 등 반발이 이어졌다.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택한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과 비슷한 맥락에서 성매매 피해자와 성매매 여성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7월 보도자료를 통해 "성매매 여성 지원단체들이 성매매 여성을 앞세워 여성가족부의 사업예산을 받아 가고 있다. 지금처럼 '성매매를 하면 국가가 지원한다'는 개념으로는 성매매 여성을 사회로 복귀시킬 수 없다"며 "성매매 피해자와 성매매 여성을 명확히 구분해야 진짜 도움이 필요한 피해 여성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23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성매매방지법 20년, 성착취 없는 미래의 문 우리가 연다' 공동행동에서 현행 성매매 처벌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찬성하는 측은 여전히 만연한 성매매 강요 범죄 등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경제적 자립을 도우면서 탈성매매를 이끌 수 있다는 취지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2018년 인천 미추홀구 성매매 피해자 자활 지원 조례안을 발의했던 이안호 전 의원은 당시 "지원금 지급을 통해 정상적인 직업을 갖고 자활에 성공한 사례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며 "비용 대비 효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복지라는 가치 측면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지난해 8월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성매매는 개인이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라면서 자활지원 이후 "탈성매매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했다.

성매매 피해자의 자발성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젠더 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지역사회의 역할' 토론회를 열었던 정다은 광주광역시의회 의원은 지난달 30일 한경닷컴에 "성매매 피해자를 자발적인 경우와 아닌 경우를 어떤 지표로 구별할 수 있나. 성매매 피해자의 내심(內心)의 의사를 불문하고 성매매 행위 그 자체를 인신매매로 보아야 한다는 게 국제적 연구 동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매매를 범죄라고 전제하면 그 형사 범죄피해자를 지원하는 사업의 필요성은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성단체들은 올해 시행 20주년을 맞은 '성매매방지법'이 탈성매매 지원을 위해 제정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행 성매매방지법에서 "'성매매 여성 처벌 조항'을 삭제하고 성 구매자와 성 구매 알선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 13개 지역 반(反)성매매 운동 단체가 모인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는 지난달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히며 "성매매 여성 처벌로는 성매매를 방지할 수도, 근절할 수도 없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