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머리숱을 앗아간다? 여러분, 인생이 다 그런거예요

[arte] 정대건의 소설처럼 영화읽기

요란한 소동 가운데에도 감동은 있다
올리비에르 나카체의
영화 '세라비, 이것이 인생!'
요즘 내가 결혼식 준비로 정신없이 바쁘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인이 추천해 준 영화가 있다. 바로 <세라비, 이것이 인생!>. 17세기에 지어진 프랑스 성을 무대로 웨딩 플래너가 결혼식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했고, 나는 즉시 호기심이 생겼다. 모든 이야기는 ‘갈등’이 연료이기 때문에 결혼식 준비가 쉽지 않으리란 것은 예상할 수 있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동안 수많은 의사결정 과정이 있었고, 이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누구보다도 크게 공감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나는 얼른 영화를 관람했고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다.
영화 '세라비, 이것이 인생!' 스틸 컷 /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결혼식 장면으로 끝나는 로맨틱 코미디는 무수히 많지만 그런 결혼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영화는 드물다. 파리의 베테랑 웨딩 플래너 맥스, 머리가 벗겨진 중년인 그는 웨딩 업계에서의 은퇴를 고민 중이다. 그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결혼식을 준비하는데, 함께 식을 준비하는 스태프들과 고객이 말썽이다. 서로만 보면 으르렁거리는 초대 가수와 매니저, 일을 도우라고 데리고 왔더니 과거에 신부를 흠모했던 처남, 이제는 퇴물이 된 괴짜 사진 작가, 거기에 나르시시스트임이 분명한 신랑까지. 이러다 스트레스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맥스의 머리가 전부 빠져버릴 지경이다.
영화 '세라비, 이것이 인생!'에서 웨딩 플래너 역의 맥스(장 피에르 바크리) /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또 다른 프랑스 영화가 있었다. 바로 누벨바그(New Wave)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프랑수와 트뤼포의 〈아메리카의 밤〉이다. 〈아메리카의 밤〉은 ‘파멜라를 찾아서’라는 영화 촬영을 하며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모여 벌어지는 이야기다. 〈세라비, 이것이 인생!〉의 맥스가 겪는 것과 마찬가지로 감독인 페랑도 비슷한 고초를 겪는다. 스태프들은 비협조적이고 배우는 술에 절어 실수를 반복하는 등 말썽을 부린다. 정말로 온 우주가 영화 찍는 것을 방해하는 듯한데 이런 장르를 일종의 ‘캐릭터 소동극’이라고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비싼 돈을 들여서 디데이를 정해두고, 많은 준비를 하고, 많은 사람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혼식은 영화 촬영과 매우 흡사하다. 많은 소동극들이 그러하듯 〈세라비, 이것이 인생!〉에서는 코믹한 소동 가운데에도 동시에 감동을 주는 순간이 있다. 나르시시스트 신랑이 선사하는 클라이맥스 장면만큼은 오래 잊히지 않을 것이다.
영화 '세라비, 이것이 인생!' 스틸컷, 나르시시스트 신랑은 헬륨 풍선에 매달려 사랑 고백하는 이벤트를 계획했다. /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정대건 소설가·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