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계도 '도둑시청'…돈들인 OTT '울상'

수백억에 중계권 샀는데
불법사이트에 '골머리'

축구·야구 등 유료 콘텐츠인데
공짜로 푸는 불법스트리밍 기승
구독자 유입 끊기며 OTT 피해
쿠플·티빙·스포티비 등 '직격탄'

스포츠 도박 연계 베팅 유도도
업계 "중계권도 정부가 칼빼야"
인기 프로 스포츠인 KBO리그,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등을 독점 중계하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범람하는 불법 중계 사이트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십~수백억원을 들여 방송 권리를 따내 유료 가입자에게만 제공하는 중계를 불법 사이트에서 ‘공짜’로 풀고 있어서다. 팬들의 스포츠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영화 등 다른 영상물에 비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보호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 중계 사이트에 몰리는 스포츠 팬

30일 웹 트래픽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대표적 프로 스포츠 불법 스트리밍 웹사이트인 K사이트의 지난달 방문 횟수는 188만3000회에 달했다. 손흥민, 황희찬 등 국가대표가 뛰는 EPL 중계권을 보유한 스포츠 OTT ‘스포티비’의 방문 횟수인 175만 회를 넘어선다.허가받지 않은 스포츠 경기 중계는 엄연한 불법이다. 박애란 한국저작권위원회 변호사는 “중계권은 일종의 이용 독점 허가”라며 “다른 방송사의 화면을 송출하면 명백한 저작권법 위반이고, 막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OTT 업체들은 2~3년 전부터 스포츠 중계권을 가입자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다. 쿠팡의 ‘로켓와우’ 멤버십 요금인 월 7890원을 내면 쿠팡플레이를 통해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 한국프로축구리그 K리그를 볼 수 있다. 티빙은 월 5500원에 KBO리그를, 스포티비는 월 1만4300원에 EPL과 미국 프로야구리그(MLB) 실시간 중계를 제공한다.

불법 중계 사이트가 넘쳐나면서 OTT들은 생각만큼 ‘집객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며 울상이다. C티비, L티비, J티비, A티비 등 한국어로 된 불법 스포츠 중계 사이트만 1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런 업체들은 OTT가 송출한 영상을 무단으로 따와 실시간으로 공급한다. 무료로 보게 해주는 대신 수익은 불법 광고로 얻는 방식이다. 스포츠 도박 광고 배너를 유치하거나, 본영상을 보기 전에 시청자들에게 광고를 강제 시청하게 하는 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사이트 중에서 경기 전 결과를 분석하고, 베팅을 유도하는 업체가 적지 않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저작권 단속도 강화해야

OTT업계는 가입자가 확보되지 않으면 트래픽 회선 확보 등 신규 투자에 제약을 받게 되고 향후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쿠팡은 지난 4월 EPL 2024~2025시즌부터 6시즌 동안 중계권을 총 4200억원에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사이트를 이대로 둔다면 거액의 중계권을 사들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불법 드라마 스트리밍 사이트인 누누티비를 폐쇄한 것처럼 불법 스포츠 중계 사이트도 적극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불법 사이트들이 해외에 서버를 둬 차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인터넷주소(IP)를 여러 번 세탁해 서버를 ‘추적 불가’ 상태로 만들고, 설령 차단돼도 우회 웹사이트로 옮겨 알음알음 시청자에게 공지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불법 스포츠 콘텐츠 사이트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물리적 서버 위치를 알기 어려워 단속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스포츠업계에선 국내 소비자도 정당하게 시청 대가를 지급하고 프로 경기를 보는 페이퍼 뷰(PPV) 문화를 받아들이고, 불법 사이트는 과감히 배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학준 경희사이버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이용자가 무료라고 해서 불법으로 계속 보면 스포츠산업 전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원/김다빈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