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거래 말라붙자…'빅4' 회계법인 매출 '제자리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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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딜 줄고 컨설팅 매출 부진고속성장을 이어간 삼일, 삼정, 한영, 안진 등 국내 4대 회계법인의 매출 증가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간 인수합병(M&A)을 비롯한 딜·컨설팅 시장에서 ‘일감 가뭄’이 이어진 영향이다.
빅4 매출 '역대 최대'지만 성장폭은 1%대
삼일회계법인은 매출 1조원 첫 돌파
한영·안진, 비용 절감으로 수익 개선 나서기도
30일 금융감독원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4 회계법인의 2023회계연도 매출 총액은 별도 컨설팅법인을 포함해 총 3조6640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지만 성장폭은 1.32%에 불과하다. 전년도(15.23%)에 비해 확 줄었다. 6월 결산법인으로 이날 실적을 공시한 삼일회계법인의 2023회계연도 매출 총액은 별도법인으로 있는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컨설팅을 포함해 약 1조4130억원이었다. 삼일회계법인이 1조231억원을 벌어들여 회계법인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넘겼다. 반면 PWC컨설팅은 전년도(3900억원)과 비슷한 3899억원 매출을 냈다. 이에 따라 전년도 10.3%에 달했던 매출성장률은 3.89%로 둔화했다.
이날 실적을 공시한 한영회계법인은 총매출이 아예 역성장했다. 컨설팅 부문을 합한 금액이 7828억원으로 전년대비 2.57% 줄었다. 지난해 매출 성장이 27.9%에 달했던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한영 관계자는 “M&A 딜 시장이 침체한 영향”이라며 “회계감사, 세무자문 등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앞서 실적을 공시한 안진회계법인(5월 결산법인)은 총 매출이 6157억원으로 전년 대비 0.52%만 성장했다. 회계·세무 매출이 확장세지만 컨설팅 매출이 6.7% 줄었다. 지난 3월 결산한 삼정회계법인은 8525억원으로 연간 매출을 1.47% 키웠다. 딜 부문을 포함한 경영자문 부문 매출이 전년대비 10.23% 감소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4대 회계법인 중 딜·컨설팅 사업부문의 외형 성장을 달성한 곳은 없다. 고금리에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M&A 등 각종 거래가 위축된 게 큰 이유다. 거래 수와 규모가 모두 줄면서 그에 뒤따르는 컨설팅 수요도 급감했다. 물가가 뜀박질하면서 원재료 비용이 오르자 수익성 관리에 나선 기업들이 컨설팅 등 여타 비용을 깎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감사는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들의 수나 보수 규모가 매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신외감법도 2019년 본격 시행 이후 수년이 지난 터라 매출에 주는 영향이 안정화된 상태"라며 "이때문에 딜과 컨설팅 시장 분위기에 따라 매출 성장세가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회계법인들은 허리띠를 졸라매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년도에 컨설팅 포함 50억원 영업손실을 봤던 안진은 영업이익이 104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딜로이트컨설팅이 인건비와 경영진 단기급여를 전기 대비 각각 18.2%(88억원), 23.2%(23억원) 깎는 등 조직 쇄신에 나선 게 주효했다. 한영은 작년 17억3500만원이었던 영업이익을 60억4000만원으로 끌어올렸다. 이번 회계연도 급여는 총 2558억원으로 전년대비 약 7.4% 줄였다. 같은 기간 퇴직급여도 258억원에서 214억원으로 감소했다.
회계업계에선 내년 M&A 시장 활성화 여부가 4대법인의 매출 성장 지속 여부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회계법인의 고위 관계자는 “시장에 해묵은 투자 미집행 자금(드라이파우더)이 많이 쌓여 있는 터라 기업과 사모펀드(PEF) 등이 슬슬 움직임에 나서려는 분위기“라며 “M&A 시장이 얼마나 살아날지에 따라 내년 회계법인들 실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김익환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