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퉈 아파트 지었는데…" 악성 미분양 '충격 실상'

국토부, 8월 주택 통계 발표

3년11개월 만에…'불 꺼진 아파트' 가장 많다

미분양은 7만가구 밑돌지만
'악성 미분양'은 1만6461가구
13개월째 증가…80%가 지방

인허가 착공 분양 지표는 개선
대출 규제에 거래량은 감소
전국 미분양 주택이 2개월 연속 감소했지만 다 지은 뒤 팔리지 않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 10채 중 8채는 지방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과 지난해 분양 감소에 따른 영향으로 각종 주택지표가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주택 거래량은 집값 급등과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한 달 새 11.2%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준공 후 미분양 13개월째 쑥

30일 국토교통부의 ‘8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모두 6만7550가구로 집계됐다. 지난 7월(7만1822가구)에 비해 5.9%(4272가구) 줄어든 규모다. 미분양 물량이 7만 가구 밑으로 감소한 건 4월 후 4개월 만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1만2616가구로 7월(1만3989가구)보다 9.8% 줄어들며 감소세를 주도했다. 지방은 5만4934가구를 기록해 7월(5만7833가구) 대비 5.0% 감소했다. 인천(2849가구→2103가구)과 대전(2718가구→2174가구)의 미분양 물량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광주와 전남에선 미분양 물량이 각각 2.0%, 1.0% 늘었다.

건설업계의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3개월 연속 증가해 1만6461가구를 기록했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최근 증가세가 이어지며 2020년 9월(1만6883가구) 후 3년11개월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지방에서 악성 미분양 문제가 더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모두 2821가구로 7월(2900가구)에 비해 2.7% 감소했다. 지방에선 1만3640가구로 7월(1만3138가구)보다 3.8%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2549가구로 가장 많았다. 월별 증가 폭은 광주(58.8%), 충남(25.1%), 부산(16.3%) 순으로 컸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에선 기업구조조정(CR) 리츠 도입과 미분양 주택 세금 산정 때 주택 수 제외 등의 조치에도 미분양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수요 감소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당분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공급 늘고 주택 거래량은 줄고

주택 공급의 선행지표인 인허가와 착공, 분양, 준공 실적은 모두 개선되는 모습이다.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8월 기준 2만8478가구로 7월(2만1817가구) 대비 30.5% 급증했다. 착공 역시 1만6024가구에서 2만9751가구로 85.7% 불어났다. 분양 물량도 1만6077가구로 전월(1만2981가구) 대비 23.9% 늘었다. 준공 물량은 8월 3만8844가구를 기록하며 7월(2만9045가구)보다 33.7% 증가했다.

올 8월까지 누적 실적 중 인허가는 20만155가구로 작년 동기 대비 21.5% 쪼그라든 반면 착공과 분양, 준공 실적은 지난해 기록을 넘어섰다. 올해 착공 실적은 17만3024가구로 전년 동기(12만6673가구) 대비 36.6% 증가했다. 분양 물량은 14만1553가구로 지난해(9만4449가구)보다 49.9% 늘었다. 고금리 지속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지난해 공급 실적이 바닥을 찍는 등 기저효과 영향이 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공급 선행지표가 개선되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되며 주택 거래량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8월 말 전국 주택 거래량은 6만648건으로 7월보다 11.2% 줄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감소 폭이 컸다. 8월 서울 주택 매매는 1만992건으로 7월(1만2783가구)보다 14.0% 줄어들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감소 폭은 13.0%(3만7684가구→3만2776가구)를 기록했다. 지방은 3만612가구에서 2만7872가구로 9.0% 줄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